가을 추수가 끝나고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11월이 시작되고 24절기 중 19번째인 입동이 초순에 들어있다.
추위를 유독 잘 타고 겨울이 싫은 탓에 입동부터 겨울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지 하는 걱정으로 기상대의 장기예보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포근할 거란 기상대 예보대로 이번 겨울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온화한 날씨에 12월은, 우리 지역에서 치루는 겨울 축제인 자라섬 씽씽 축제마저 취소하게 하였고 다른 지역 겨울 축제도 취소하거나 프로그램을 변경하여 운영하게 되었다는 소식들을 들으며 이번 겨울 추위 걱정은 안 해도 될 듯 싶었다.
티브이나 인터넷에서도 백화점이나 대형 매장들이 겨울상품이 판매가 되지를 않아 애를 먹으며 많은 걱정 속에 세일을 한다는 뉴스는 심심치 않게 흘러 나왔다.
그러나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고 나니 돌변한 날씨는 몇 년 만에 혹한이니 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기상대 관측 이래 최저 기온 이라느니 북극에 제트 기류가 약해져, 빠른 속도로 돌며 북극의 냉기를 잡아주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해서 북극의 냉기가 이탈 한반도까지 유입이 되어 그렇다느니 하는 등 생소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고 엎친 데 덮친다고 제주에는 기록적인 폭설로 제주 공항이 며칠씩이나 마비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 아닌 노숙자로 공항 청사 내에서 맨바닥 신세를 져야했다.
모든 것을 얼려 겨울 공화국으로 위세 등등하던 추위도 1월의 마지막 토요일은 참으로 따듯했다.
작은 아들 결혼 날짜를 잡아놓고 그날만은 따듯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으로 동장군을 달래고 달랜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포근했고 덕분에 아들의 결혼식은 무리 없이 치룰 수 있었다.
물론 다음날부터 다시 추워져 날을 잘 잡았다는 등 아들놈이 복이 있다는 등 하다 보니 드디어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이 왔고, 절기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듯이 입춘 추위도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고유의 명절인 설은 포근함 속에서 지낼 수 있어 좋았으며 퇴촌에 살고계시는 장모님께 세배를 다녀오는 길에 달리는 차에서 내다본 오늘 풍경은 봄기운이 물씬 풍겨오는 듯 했다.
아직 잎이 피거나 하지는 않았어도 나뭇가지마다 확연히 봄기운이 느껴졌고 유명산 고개를 넘어 오다 한적한 양지바른 곳에 차를 세우고 나뭇가지를 조금 꺾어 껍질을 벗겨보니 푸른 기운이 도는 것이 물기가 오르기 시작한 것 같기도 했다.
내리 쪼이는 햇볕이 어찌나 따듯한지 그 지루했던 겨울이 다 지났다는 느낌에 하늘을 쳐다보니 맑은 하늘에서는 오색 꽃구름이 노니는 듯 행글라이더가 무리를 지어 장관을 이루며 비행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지난 겨울 엉겁결에 치룬 작은 아들 결혼식과 그렇게 갈망하던 큰며느리에 중등교사 임용고시 합격 그리고 무엇보다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낸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한 응원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