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인 경남 고성의 연화산을 올랐다. 산세가 그리 험하지도 않고 해발 또한 500m대로 아마추어도 산행하기 무난한 산이다. 연화산은 형상이 연꽃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천년고찰인 연화사를 비롯한 오래된 사찰과 문화재가 많은 곳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의 산행이라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봄기운이 칙칙했던 마음을 걷어내는 것 같아 상쾌했다. 얼마만큼 산을 오르자 솔 향이 물씬 풍겼다. 심호흡을 하고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을 만끽했다. 그러나 기쁨과 설렘도 잠깐 이곳저곳에 소나무가 꺾여 널브러져 있다.
등산로만 가까스로 정리를 했고 태풍이 강타한 것처럼 큰 상처를 입었다. 머지않은 곳에 팻말이 있었고 소나무가 상고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꺾이고 쓰러졌고 큰 피해를 입었으며 하루 속히 복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푸르렀을 산이 온통 상처투성이다. 푸른 신선함으로 밀려온 솔 향이 나무가 내지른 비명이라 생각하니 차마 심호흡을 하는 것조차 미안했다. 자연재해이니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무를 심어 이만큼의 수령이 될 때까지 키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상고대, 그 아름다움 뒤에 이렇게 폭력적인 무기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얼마 전 안성의 서운산에서도 아름드리 소나무가 꺾이고 넘어진 것을 보고 보았다. 1월에 내린 폭설 때문에 눈의 무게를 못 이겨 부러진 것이라고 했다.
잎을 떨 군 갈참나무나 단풍나무 같은 활엽수들은 거의 피해가 없었는데 유독 소나무가 많은 피해를 보았고 그 중에도 잎이 무성한 것들은 어김없이 피해를 입었다. 사철 푸른 잎을 매달고 있어야 하는 소나무의 고충이 느껴지는 듯 했다.
몇 년 전 산행에서 상고대를 만났다. 진달래가 군락을 이룬 곳인데 꽃망울을 얼음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 수정같이 맑고 투명하면서 빛에 반사되어 그토록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감탄과 행복감은 어떤 말로도 부족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처음 보았고 앞으로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너무 아름다우면 치명적일 수도 있는지 햇살이 들자 한 무더기씩 얼음을 쏟아내곤 했다.
여기저기서 등산객의 비명이 들렸고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이라 긴장하고 조심하며 힘든 산행을 한 적이 있다. 특히 해빙기의 산행은 많은 주의를 요한다. 응달진 곳은 얼음이 박혀 있기도 하고 가랑잎이 덮여 있어 자칫 잘못하다간 넘어져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큰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얼음이 남아있는 곳에선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때로는 앗아가기도 한다. 푸른 기상으로 버티던 소나무가 한 순간 초토화됐고 그 안에 세 들었던 산새들이며 동면에 들었던 많은 날것들 또한 거처를 잃었을 것이다.
우리 강산을 푸르게 하자는 구호며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하자는 많은 외침들이 무색한 산행이었지만 하루 속히 도립공원이 연화산이 제 모습을 되찾고 활기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림청 관계자 등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 정리 작업을 하고 조림사업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지만 산을 찾는 우리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