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지역구 후보 공천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선정 작업도 본격화됐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 611명에 대한 분류작업을 시작으로 37∼38명 정도의 후보를 선정해 순번을 부여할 계획이며, 더불어민주당도 228명의 후보 신청자를 대상으로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비례대표는 그동안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새로운 인물의 등용 수단이라는 기대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비례대표 후보 선정이 당 실세들의 사천(私薦)의 장이 되기도 했고, 정치의 뒷 무대에서 소수 권력자들의 나눠먹기 흥정도 벌어졌다는 비판도 받았다. 지역구 공천이 국민에게 감동은커녕 실망을 거듭 안기고 여야 모두 후폭풍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비례후보 선정만큼이라도 개혁 공천을 실천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벌써 잡음이 들려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잇단 불공정 논란을 일으킨 끝에 청년 비례대표 후보 선출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더민주의 청년 비례대표 심사는 각종 불공정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비서로 일한 경력 및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문제가 된 청년 비례대표 예비후보가 사퇴한 데 이어 비례대표 심사 담당 실무자가 면접 준비를 도왔다는 특혜의혹이 제기된 또 다른 예비후보도 사퇴했다. 일련의 사건은 더민주 공천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일임을 자각하길 바란다. 새누리당의 경우 비례대표도 상향식 공천제를 적용하게 될 것이라는 올해 초 김무성 대표의 언급은 이미 공염불이 됐다.
공모와 심사 후 ‘국민공천배심원단’의 평가를 통한 공정하고 투명한 상향식 공천제를 통해 선정하겠다는 약속은 김 대표의 희망일 뿐이었다. 앞으로 며칠간 진행될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선정작업은 무엇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이미 박근혜 정부 고위 공직자 출신이 신청자에 다수 포함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른 바 ‘친박’ 출신이 대거 입성해 ‘리틀 캐비닛’을 구성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새누리당은 지역구 공천에서 국민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겼다. 비례대표만큼은 참신한 인물을 공천해 여당이 그리는 정치혁신의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그저 소수의 실력자 말을 잘 따르는 고만고만한 사람의 등용문으로 악용되어선 안 된다. 만에 하나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공천 구태가 비례대표 후보 선정작업에서 마저 재연된다면 비례대표 폐지론은 더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