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 트렌드로 가격대비 성능인 ‘가성비’가 뜨고 있다. 소비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가치있는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가성비가 높으려면 가격이 낮아지거나 상품 성능이 높아져야 된다. 가계살림은 팍팍해지나 일정한 소비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진화하는 소비패턴이기도 하다.
가성비로 대표되는 ‘합리적인 소비’는 주어진 소득 안에서 여러 상품의 가격과 품질 등을 따져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감안하여 가계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소비행위라 할 수 있겠다.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는 현실적인 삶의 문제에 적응하기 위하여 깐깐해지는 것이다. 상품의 가격과 성능을 따져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비행태는 한층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합리적인 행위를 소비영역뿐 아니라 다가오는 4·13 국회의원선거에도 적용하여 가장 가치있고 능력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합리적인 투표를 하였으면 한다. 후보자들은 이미 정해져 있으며, 선택에 필요한 정보도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 거리의 현수막과 선거벽보에는 후보자의 사진 그리고 주요 이력과 추구하고자 하는 비전이 적혀있으며, 집으로 발송되는 선거공보는 좀 더 자세하게 학력, 재산, 전과, 병역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에서부터 과거의 경력과 앞으로 하고자 하는 주요 정책들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선관위 홈페이지에도 담겨있고, 언론을 통해서도 정당의 정책과 후보자의 정견 등이 일목요연한 형태로 수시로 보도되고 있다. 그 외에도 방송토론, 거리유세, 인터넷 등 여러 매체를 통해 각종 정보들이 쏟아진다.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은 “선거 직전과 전쟁기간과 사냥이 끝난 뒤만큼 거짓말이 많이 오가는 때는 없다”는 말을 하였다. 선거전은 말로 하는 싸움이고 전쟁이다. 오늘날의 선거도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정치인을 통해 많은 약속이 쏟아지면 선거가 다가오는 구나 생각을 하게 되고 선거가 끝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예전과 같이 조용히 묻힐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우리는 선거에 더 열심히 참여해야 한다. ‘나 하나 안한다고’, ‘어느 정당이나 똑같다.’고 생각을 해 투표를 하지 않으면 나쁜 정치인이 뽑히게 되고, 그 책임은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잘못 선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나 TV채널을 잘못 눌러도 문제될 것은 없다. 다시 누르면 된다. 그러나 배우자는 잘못 선택하면 상당히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다행히 국회의원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4년에 한 번씩 과거의 선택이 옳았는지 반성해 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선택하면 된다.
그래도 후회를 줄이는데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유권자로서 투표를 하는 것이다. 자발적 의지로 투표에 참여한다면 그 자체가 합리적인 유권자의 1차적인 요건을 갖춘 것이라 볼 수 있다. 좀 더 나아가 투표에 관해서 합리적인 소비자처럼 깐깐하게 분석하고 평가해 볼 필요가 있겠다. 소비자가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한층 진화한 소비를 하듯이, 유권자도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대표자를 선택하는 ‘합리적인 유권자’가 되어주면 좋겠다.
‘합리적인 소비자’가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그친다면, ‘합리적인 유권자’는 개인과 지역 그리고 국가 전체의 이익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의 합리적인 행위를 개인적 영역에서만 머물게 하지 말고 보다 큰 가치를 위해 활용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곧 있을 선거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