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시절이면 운동장에 어린아이로부터 어르신들까지 동네사람들 다 모이고 연단에서 후보자가 연설 할때면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호응을 하다가 순서를 마치고 퇴장할때 함께 일제히 무리지어 나가 다음 후보 연설에는 운동장을 텅비게 만들고. 이러한 운동장 선거유세는 이미 오래전 추억이 되었고 이러한 시절을 알지 못하는 세대도 있습니다.
선거운동기간 길거리에서 잠시 마주치는 후보들.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되는 비전과 공약은 그 분들 사람 됨됨이의 단편적인 부분에 불과하겠지요.
요즘 후보자들은 일반인의 기억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한 몇 마디 자극적인 표현의 문구나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후보를 한자리에 모아 자리를 마련하고 차분한 토론의 장에 세우면 각 후보들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좀더 깊이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을 다양한 시각과 기준에서 서로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선거벽보나 홍보물을 통해 후보자들을 고르는 것보다 토론을 통해 검증하면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나라면 저런 정책은 이렇게 바꿔 볼텐데….” “나라면 저런 말 대신 이렇게 표현할텐데….”
저는 이번 제20대 총선 후보자 방송토론회 몇 곳의 사회를 진행하면서 이를 준비한 선거관리위원회나 각 후보자들이 지난번 총선 때보다 더욱 면밀하게 준비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주제라도 후보자간 상호 질문을 통해 서로의 의견 차이를 재확인하는 순서를 도입하고 아예 후보자가 사회를 진행하는 후보자 주도권 토론도 일반화 되었습니다. 후보자들 역시 예상된 질문에 대해 알찬 답변을 준비했을 뿐 아니라 원고를 읽은 수준을 뛰어넘어 평소 고민하던 문제였던 것처럼 막힘없이 자신만의 확신에 찬 해법을 제시해 주웠습니다. 물론 아쉬운점도 있었습니다. 방송 토론회를 기피하느라 아예 출석하지 않은 후보, 미리 준비한 답변 원고만 의지하여 단어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낭독하는 후보, 동문서답 또는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 하는 후보, 정책 제시보다는 다른 후보의 약점을 공략 깎아 내리기에 주력하는 후보. 이와 같은 방송토론이 유권자 여러분의 후보자 선택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후보자들은 이번 토론에 대비하면서 나름대로 많은 공부를 했을 겁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았을 것이고 앞으로 해야 할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 하는 기회도 가졌을 것입니다.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정책을 제시했건 유권자의 선택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연히 당선되리라 예상했던 후보가 여유있게 당선되었을 수도 있고 방송토론이나 선거유세 과정을 통해 도저히 국회의원 감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분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당선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의 의정활동과 시민들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의 업적을 알리는 방법으로 어떤 사업은 내가 만들었고 어떠한 예산은 내가 따내어 왔다는 자기 자랑으로 표현되는 상황을 흔히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도 이러한 업적은 특정인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앞으로 20대 국회에 들어가 이와같이 공약을 성취하려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 뿐 아니라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까지 함께 힘을 보탤수 있도록 진력해야 합니다. 특히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방송토론 과정에서 말로 한 약속, 선거공보를 통해 활자로 인쇄한 여러 공약들 입니다. 이러한 토론회 행사나 선거 유인물을 일회용으로 치부해서는 종대 안됩니다.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이러한 약속 내용을 똑똑하게 기억하면서 앞으로 의정활동을 잘 지켜봐야 합니다. 후보자는 이러한 공약을 가슴에 새겨두기 위해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구체적인 약속을 늘 기억하고 되새김질 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방송 녹화라도 해두고 가끔씩 다시 보기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바둑에서만 복기가 필요한게 아니라 당선된 국회의원에게도 후보자 시절 방송토론에서 약속한 내용들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진행 상태를 점검 하는 복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