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정부를 막론하고 ‘정책 수립’을 위한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매년 많은 예산을 들여 연구과제 용역비를 지출하고 있다. 연구용역은 공무원들이 하기 어려운 전문성 있는 정책과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발주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전문가가 아닌 공무원들이 충분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무차별적으로 용역을 발주하는 ‘연구용역 만능풍조’가 만연하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정책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사업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함께 근무하는 공무원들조차도 ‘이런 일까지 꼭 연구용역을 맡겨야 하나’라고 한탄할 정도란다. ‘용역남발의 근본적 원인은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주의와 책임행정에 대한 면피수단 마련에서 비롯된 것’이란 극단적인 비판도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용역 결과물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거나 다른 용역 내용과 중복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중앙·지방정부와 연구기관, 대학 등의 공생관계도 도마에 오른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도에서 지난 2013~2015년 진행된 학술용역은 총 107건, 용역비로만 130억여원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 34건(43억원), 2014년 30건(30억원), 2015년 43건(58억원) 등 용역 건수가 감소하지 않았다. 그동안 ‘불필요한 용역 남발’ ‘도정 주요사업 추진지연’이란 문제점도 끊임없이 지적됐다. 이에 경기도가 ‘학술연구용역 종합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쓸데없는 남발되는 용역을 막기 위해서다. 도가 밝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진행된 학술용역(107건) 중 25건이 자체 연구가 가능한 과제였다고 한다. 도는 ‘경기도 도서관 운영 모델 구축 연구용역’ ‘경기도 안전문화운동 추진 실천과제 개발’ 등이 그것이라고 고백한다.
지금까지는 학술용역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용역발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도는 외부기관에 발주하는 용역에 대한 부지사 사전 검토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시로 편성하던 연구용역 예산도 본예산에만 편성하기로 했다. 외부 용역을 제한하는 대신 연구를 수행한 공무원에게 성과시상금을 주고, 공공기관 연구원에겐 개인 연구실적을 인정하는 등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연구용역 사전 검토제로 인해 예산절감, 사업 신속 추진 등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내 각 시·군들도 불필요한 연구용역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