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지 효율을 높인다며 추진해 온 ‘책임읍면동’제가 시행 1년만에 일방적으로 중단됐다. 그것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전화 상으로 중단사실을 통보했다고 한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김포시는 이 때문에 청사 설계비 등으로 집행한 6천여만원만 날리게 됐다. 한 푼이 아까운 지자체의 현실에서 책임읍면동 제도를 도입했거나 시범 실시를 계획한 도시들이 주민들의 혈세만 낭비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내에는 지난해 5월 시흥시에서 도내 처음으로 책임읍면동제를 실시한 이후 군포와 부천, 남양주시 등이 운영도시로 선정됐었다. 책임읍면동제는 이른바 ‘대동제(大洞制)’로 불리면서 행정자치부가 주민밀착형 행정을 위해 두 곳 이상의 읍면동사무소를 묶어 시와 군의 일부 인허가권을 이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행자부는 새롭게 시행하는 ‘복지허브화’ 사업이 책임읍면동제도와 흡사해 통합하는 차원에서 중단을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3월 행자부와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방지책의 일환으로 읍면동에 맞춤형 복지팀을 설치해 운영하는 이른바 ‘복지허브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읍면 복지 허브화란 복지공무원이 읍면 협의체 위원과 함께 직접 주민을 찾아가 상담하고 통합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민관이 함께 만들어 가는 복지시스템이다.
이에따라 책임읍면동제도를 시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지자체들은 제도시행을 위해 그동안 헛수고만 하게 됐다. 의정부시는 지난 2월 호원·송산권역 등 2곳에서 책임읍면동제도를 본격 시행했고 오는 7월부터 전 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시행하기 위해 주민설명회를 진행중이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의 이같은 일방적인 중지 통보로 정상 업무추진이 어렵게 됐다. 양주시도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총 15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를 통해 회천·백석권역에서 책임읍면동제도 시행을 확정했다. 화성시도 구청 신설여론을 잠재우고 책임읍면동제를 시행하려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부작용만 초래했다.
어떻든 지난해 대통령께 보고하고 시행한 정책이 하루 아침에 손바닥을 뒤집듯 없었던 일로 한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지자체의 의견수렴도 없이 얼마 간의 인센티브 제공을 빌미로 지자체를 압박하면서 밀어부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하는 정부가 무슨 일을 추진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호들갑을 떨던 책임읍면동제를 철회했으면 이를 기획한 공무원도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책임을 져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