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한가? 법은 정의롭고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모든 판사, 검사는 솔로몬처럼 지혜롭고 공정하게 업무를 집행하고 있는가?
우리 주변에는 재판 비용이 없어 법적인 권리 구제를 포기하거나 어디 무료로 도와주는 기관이 없나 이리저리 배회하는 경제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대부분이다. 몇 십억을 써서 징역을 석방으로 바꾸는 그와 같은 시도는 저 먼 산 너머에 있는 남의 일일뿐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런 일이 실제 있었는지, 정말 가능한지 도대체 궁금하다.
한번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자. 판도라 상자 안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인간 군상은 이와 같이 범법 행위를 하고도 이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돈으로 해결할 궁리를 하는 자들이다. 전통적인 방법은 나를 대신하여 처벌받을 이른바 바지사장을 대신 세워놓고 자신은 속 빠지거나 꼬리 자르기 식으로 아래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는 해결 방법이다. 이런 위인들이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처음 하는 말은 이렇다. 어느 검사와 어떻게 되느냐, 어느 판사를 잘 아느냐, 돈은 준비되어 있으니 아무 걱정 말고 결과만 책임지고 잘 해결해라….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자. 병원에 간다고 해서 의사가 그 아픈 증상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병명을 안다고 해도 도저히 고칠 방법이 없는 사례도 많다는 사실을.
판도라 상자 안에서 두 번째로 꿈틀거리고 있는 인간 군상은 속칭 브로커라 불리는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를 연결해 주는 사람들이다. 전·현직 변호사 사무장이거나 법원, 검찰 등 공직에 근무했던 사람 들이다. 이들은 변호사 선임료 중 일부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므로 변호사 비용이 크면 클수록 자신의 몫도 커진다. 이번 법조비리 사건에서 보듯 변호사가 수십억을 받게 되면 브로커도 억대에 이르는 큰 돈을 손에 쥐게 된다. 오죽하면 변호사법에서 ‘재판기관이나 수사기관의 소속 공무원은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 중인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할 수 없다’라고 못 박기까지 하였을지.
다음 판도라 상자의 주인공은 실화극장의 주연배우인 변호사이다. 사실 나는 1990년 1월부터 이제까지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이번 법조비리 사건 폭로 이전까지 변호사 비용으로 억대의 돈이 오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이와 같은 글을 쓸 자격이 있나 모르겠다. 아무튼 변호사는 수사나 재판하는 과정이 공정하다 신뢰할 만하다는 점에 대하여 일반 국민 앞에 증인이 되어주어야 한다. 고액의 선임료를 통해 특정 인만 예외적으로 선처가 된다고 하면 수사나 재판의 신뢰는 어떻게 되겠는가. 평소 사무실에서 늘 하는 말이 법원은 공정하고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취급하니 상대방이 법원을 매수하려고 해도 안 될 것이다, 걱정 마라는 내용인데 통 큰 사건은 이 미련한 변호사에게 올 턱이 없다. 여기서 변호사법 제30조를 보자.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을 위하여 재판이나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연고 등 사적인 관계를 드러내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선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누구든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주고받을 수 없다.’ 누구나 금전의 유혹 앞에서 흔들리듯 변호사도 집안의 가장이자 사무실 식구들 생계를 책임지는 사장으로서 그 유혹에 굴복할 때도 있다.
네 번째 인물은 판사, 검사이다. 내가 병역의무를 위해 3년간 군법 무관하던 시절 선배들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누군가가 돈을 받지 않았을까 예민하게 주시하면서 늘 경계했으며 이러한 경우 엄벌을 함으로써 형벌권이 돈에 의해 거래될 가능성을 아예 차단시켜 버렸다. 수사기관에 불려가거나 법정에 선 일반인들의 기대는 옛 친구나 선·후배인 변호사가 부탁하는 사건을 ‘어찌 외면하고 모른 채 할 수 있나’일 것인데 가뭄에 콩 나듯 그러한 결과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시중에 퍼지게 되니까 이러한 법조 커넥션이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오죽하면 현직에서 사퇴할 경우 변호사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까.
이번 법조비리 사건으로 법원과 검찰이 꽁꽁 얼어붙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법조인의 윤리를 재 확립해야 한다. 이제부턴 어떤 변호사를 찾아야 하나? 사람 냄새나는 동네 변호사를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