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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인사동 스캔들

 

 

 

인사동이라는 이름에는 왠지 모를 설레임이 담겨있다. 맑고 쾌청한 날은 쾌청한 데로, 날씨가 흐리면 흐린 데로 그 나름대로의 멋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인사동이다. 거리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인사동은 많은 외국인이 찾는 관광명소가 된지 오래다. 오늘은 아무 준비 없이 훌쩍 다녀올 수 있는 인사동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인사동여행은 안국역에서 가까운 북인사 마당에서 출발해보자. 북인사 마당에 인사동관광안내소가 있으니 인사동 관광지도를 한 장 받아들고 출발하는 것도 좋다. 북인사 마당에서는 ‘북인사 물길’이라는 상징물을 만날 수 있다. 이 상징은 두꺼비와 물고기가 새겨져 있으며 북인사 마당에서부터 시냇물이 흐르듯 물길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상징화시켰다.

북인사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쌈지길이 나타난다. 쌈지길은 인사동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쌈지길이 탄생하기 전 인사동의 랜드마크는 수도약국이었다. 랜드마크 자리를 내준 수도약국은 아직도 쌈지길 옆에 자리하고 있다. 쌈지길은 12개의 작은 가게를 살리는 일환으로 시민들과 인사동 상인들이 함께 노력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쌈지길은 오솔길들을 따라 정상에 오르듯, 작은 가게들을 길로 연결해 사람들이 모이고 발길이 머무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쌈지길을 지나 박영효의 생가터로 발길을 옮겨보자. 박영효는 왕의 사위로 철종의 딸과 결혼해 부마가 되었다. 박영효는 태극기를 만든 주인공이다. 현재 박영효의 생가는 남아있지 않고 대신 경인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경인미술관은 햇살이 좋은 날이나 단풍이 들 무렵 찾아도 좋은 곳이다.

 

다음은 인사동에서 제법 이국적인 면모를 보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천도교 중앙대교당으로 발길을 옮기자. 천도교 중앙대교당은 교도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지어진 건물이다. 원래는 지금의 크기보다 훨씬 크게 지으려고 했지만 중앙에 기둥이 없어 위험하다는 조선총독부의 트집과 3·1운동자금으로 성금을 쓰는 등의 이유로 현재와 같은 규모로 완성되었다. 천도교는 동학이다. 동학은 최제우가 만든 종교로 인내천사상을 주장했다. 나중에 손병희가 3대교주가 되면서 동학을 천도교로 이름을 바꾸었다.

인사동에서 조계사 방향으로 한미빌딩 앞에는 민영환 자결터가 자리하고 있다. 한옥 문 모양의 철 구조물에 ‘충정공 민영환 어른께서 자결하신 터’라고 쓰인 글귀와 유언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이곳은 민영환 선생은 을사조약이 체결된 뒤 나라의 비운을 통감해 자결한 곳이다.

민영환 선생의 자결터 옆에는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식을 거행했던 태화관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는 태화빌딩으로 ‘삼일독립선언유적지’라는 기념비와 태화빌딩 내부에 민족대표 33인의 모습이 그림으로 걸려 있다. 태화관은 원래 순화궁이 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이후 일제로부터 이완용이 받아 이완용의 집이었다가 이완용이 이곳을 빌려줌으로써 태화관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을사오적이었던 이완용의 집에서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식으로 시간차를 두고 대립적인 역사가 교차하는 아이러니가 존재하는 곳이다.

태화빌딩에서 인사동의 숨겨진 보물 승동 교회로 향한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곳이 승동 교회이다. 빨간 적벽돌이 잘 어울리는 승동 교회 역시 3·1운동의 현장이었다. 전국의 학생대표들이 이곳에 모여 태극기와 독립선언문을 나누어주고 만세운동을 전개한 곳이다. 교회 마당에는 금방이라도 울려퍼질 것 같은 자그마한 종탑이 자리하고 있다.

인사동은 역사적인 현장 이외에도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통문관을 비롯해 다양한 골동품가게들이 있는 곳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 지금 인사동은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는 가게들이 하나둘씩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멋진 곳이다. 이번 주말에는 인사동에서 현대와 전통이 만나는 스캔들을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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