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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개헌논의의 함정

 

지난 13일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 개원사에서 “개헌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개인적으로 개헌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 시도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개헌에 적극적인 반면, 새누리당은 신중한 입장이라고 한다. 현행 헌법은 1987년에 개정한 것으로, 역대 10번의 헌법 중 최장수 헌법이다. 30년 가까이 흘렀으니 개헌요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늘 그래 왔듯이 정치권의 개헌논의는 통치구조 개편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통치구조는 나라에 따라 정말 다양하고 정답이 없는 것이다. 같은 의원내각제라도 영국과 독일이 다르고, 일본도 다르다. 정치적 상황과 민주화 수준의 차이로 인해서 같은 제도를 가지고 국정이 잘 운영되는 나라도 있고 파국으로 치닫는 나라도 있다. 미국식 대통령제를 도입한 남미나 아프리카 등 후발 국가들이 독재나 내란으로 치달은 것이 그 사례다.



개헌논의는 통치구조에만 매몰될 가능성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주장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학구적으로 이원정부제라고 한다. 대통령은 외교나 국방 등 외치를 맡고 사회·경제 등 내치는 총리가 맡는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 채택하였는데 결국 히틀러 독재로 이어졌다. 현재는 프랑스가 이 형태인데, 대통령과 총리를 각각 좌파와 우파가 맡는 좌우 동거체제를 경험하면서 많은 갈등을 겪었다. 오스트리아를 이원정부제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제1당과 제2당이 연립하는 대연정이 계속되고 있다. 대연정은 선거결과가 별 의미를 갖지 못하므로 국민의 주권행사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우리 정치권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킨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정당소속일 때 정치적 갈등은 극에 달할 것이다. 반대로 같은 정당 소속이라면 당내 서열관계로 제대로 분권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 체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권한집중이 아니라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경제가 나쁘고 청년실업률은 높고, 흉악범죄와 안전사고가 빈번하여 불안한 것이 현실이다. 국가 외적인 요소를 배제하면 이런 문제들이 대통령 책임인가, 국회의 책임인가? 무기력한 여당의 책임인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야당의 책임인가? 더구나 20대 국회는 여소야대가 되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선거를 통하여 확실하게 정치적 책임을 물으려면 차라리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 권력분립을 통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는 것은 정당이 발달하기 전 19세기의 이야기일 뿐이다. 현대의 권력은 집권당을 통하여 융합되어 행사되므로 오직 선거를 통하여 국민이 집권당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이다.



기본권이나 통일조항 등 다른 중요한 것도 많아

현 체제에서 집권가능성이 높은 정파는 개헌을 주장하지 않는다. 현행 체제로 집권하는 것이 중요하지 판을 바꿔서 그 가능성을 안개 속으로 밀어 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역으로 여야 모두 대선후보가 뚜렷하지 않은 현재가 개헌의 적기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개헌은 그렇게 단기간에 끝낼 수 없고 추진 중에 대선정국으로 전환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개헌은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통치구조 문제는 ‘차차기’, 그것도 안 되면 ‘차차차기’에 적용하는 것으로 한다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현행헌법이 최장수 헌법인 것은 훌륭해서라기보다 여야가 합의할 만큼 대권 앞에서 마음을 비우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통치구조 외에도 개헌이 필요한 부분은 많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 헌법은 모든 기본권의 주체를 단순히 ‘국민’이라고 하고 있다. 이미 외국인 200만 명의 다문화사회에 들어선 지금 외국인의 기본권 보장은 없다는 의미다. 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함으로써 북한도 헌법상 우리 땅이라고 하였지만, 헌법은 북한 땅에 효력이 미치지 못한다. 이런 규정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이 조항들은 1948년 제헌헌법에 규정된 이래 9번의 개헌에서도 고쳐지지 않았다. 정치권의 개헌논의가 늘 통치구조 논의에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