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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정조의 건축]상림건축 중 희우정(喜雨亭)

 

정조는 창덕궁 후원에서 아름다운 전경을 10곳을 뽑아 시를 남겼는데 6경이 희우정(喜雨亭)으로 희우상련(喜雨賞蓮)을 지었다.

꾸밈없이 자연 그대로인데(不須雕飾乃全天)/ 좋은 빗속에 수시로 향기를 풍겨 오누나(時透香來好雨邊)/ 천고에 염옹만이 사랑할 줄을 알았으니(千古濂翁惟解愛)/ 화사에 엮어 넣어서 오래도록 전하고 싶네(欲編花史壽其傳)

비와 연꽃 향기의 느낌을 노래한 것으로 첫 구절은 희우정의 주변이 자연을 묘사하였고, 두 번째 구절은 제목이 되는 것으로 건물 명칭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즉 가뭄 속에 내리는 고마운 비와 비 사이로 부용지에서 흘러나오는 연꽃 향기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궁궐지’에 의하면 희우정은 원래 ‘인조 23년(1645)에 초가로 만든 취향정(醉香亭, 향기에 취하다)인데 숙종 16년(1690) 가뭄이 이어져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자, 비가 바로 내려 숙종은 기쁜 나머지 당호(堂號)를 희우정이라 고치고, 초가를 기와로 하였다’라고 적고 있다.

희우정은 현재 주합루 구역의 서북쪽 구석에 위치하나, 이 지역은 정조가 즉위한 후 주합루와 서향각 등을 건축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어 원위치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기록에서 기우제와 취향정의 이름에서 희우정(취향정) 원위치의 추정이 어느 정도 가늠해진다. 기우제는 상징성이 있는 장소에서 많은 사람이 의식에 참가해야 하므로, 현재처럼 이곳의 구석이 아닌 중심에서 큰 마당도 필요했을 것으로 보여 원위치를 현재 주합루가 있는 곳으로 추정해 본다.

건물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파손되기도 하고,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구조 및 형태가 변경하게 되는데 희우정도 변화가 있었다고 본다. 그 변화과정은 ‘규장각도(1776)’와 ‘동궐도(1820년 후반)’ 및 ‘조선고적도보(20c 초)’를 통해 살펴보자.

‘규장각도’에서는 팔작지붕이고, 창호는 벽체 없이 전체로 구성되고 하부에 청판이 있는 세살창호가 1칸에 2개씩 보이나 칸의 길이를 생각하면 실제는 4개였을 것이다. 쪽마루가 사방에 있고 여기에 난간도 설치되어 있으며 남쪽 난간만 개방하여 출입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단의 외부에는 디딤돌이 남쪽과 동쪽에도 보인다. 그리고 정면 좌우에는 큰 소나무 두 그루가 있고, 배면 담장의 동쪽에는 일각문도 보인다.

‘동궐도’에서는 팔작지붕이 아닌 우진각으로 변했고, 보이는 남동쪽 면은 벽체 없이 문(궁판 있는 세살문)만 4개씩 구성되어 있어 안 보이는 다른 면도 같았을 것으로 보인다.

쪽마루에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으나 칸마다 디딤돌이 있는 부분은 난간이 생략되고 출입구를 만들어 그 수가 많아졌다. 쪽마루에 비를 막기 위해 덧처마를 설치한 모습은 ‘규장각도’에서는 없던 모습이다. 그리고 기단이 보이지 않으며 규장각도에 보이는 큰 소나무는 없어지고 동쪽에만 동백나무로 보이는 작은 나무가 있다. 뒤쪽 담장의 문은 동쪽이 아닌 서쪽에 있고 희우문(喜雨門)이라 적고 있다.

‘조선고적도보’에서는 이전 ‘동궐도’와 비교하면 지붕은 같은 우진각지붕이고, 덧지붕은 없어졌다. 동서쪽 방이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머름은 전체적으로 둘려있다. 동쪽 방에는 머름위에 문이 전체에 설치되어 있고 서쪽 방은 문이 2개로 줄고 나머지는 벽체가 생겼다. 그리고 디딤돌은 이 문 앞에만 있어 출입을 한정하고 있으며 이 문의 상부를 지지하는 상인방은 벽에 감춰져 있고, 현액(현판)은 동쪽 방 외부 중앙에 걸려있다.

현재의 모습은 조선고적도보와 비슷하며 다른 점은 서쪽 방의 상인방이 숨어 있는 방식에서 노출되어 고급스런 방식이 없어졌다. 그리고 서쪽에 있던 디딤돌이 없어져 출입의 유도가 없어졌는데 이는 건물을 사용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현액은 같은 것으로 보이나 위치는 동쪽 방이 아닌 서쪽 방으로 이동되어있다.

희우정이 지금은 미개방 시설이지만 하루 빨리 희우정의 쪽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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