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이
/공광규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가
가지를 뻗어 손을 잡았어요
서로 그늘이 되지 않는 거리에서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사이군요
서로 아름다운 거리여서
손톱을 세워 할퀴는 일도 없겠어요
손목을 비틀어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서로 가두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는 일도
이쪽에서 바람 불면
저쪽 나무가 버텨주는 거리
저쪽 나무가 쓰러질 때
이쪽 나무가 받쳐주는 사이 말이예요
사과가 맞닿아 있으면 그 닿은 부위가 썩는다고 한다. 서로 그늘이 되지 않는 적당한 거리에서 사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달콤한 사랑을 나눌 수 있겠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내 안에 가두려한다. 그것을 사랑이라 착각하면서 그의 어제와 오늘 취향과 버릇까지도 내가 보고 만지고 내 주머니 속에 넣어두어야만 안심이 된다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우겨가면서, 그 사랑이 곪아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럴수록 정신적 거리이던 물리적 거리이던 상대방의 참 모습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음이다. 시인은 이 시에서 아름다운 사이를 유지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사이에선 미워하고 헐뜯어 서로를 감옥이나 무덤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진열장 안 보석을 바라볼 때 그 보석이 아름답고 빛나는 것처럼 이미 내 손안에 들어오면 그 순간 그 빛을 잃어 사랑은 식어버리는 것이다. 서로를 믿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사이를 두고 바라보고 키워갈 때 서로의 관계는 한결 더 성숙하고 값진 보석이 될 것이다.
/정운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