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발전에는 제도를 실현하는 법률의 정비가 필수적이고, 그 법률의 정비에는 법률뿐만 아니라 대통령령, 시행령 등 행정입법도 포함된다. 헌법상 제도인 지방자치의 출발이 제왕적 대통령제와 권위주의 청산이라는 국민적 합의에서 비롯된 만큼 입법권을 부여받은 국회는 지방자치 관련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권력분립이 원활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특히 대통령령에 입법을 위임함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올 한해 지방자치 제도의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리과정 예산’과 ‘지방재정개편안 추진’이다. 위 사건에는 대통령령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자치단체의 재원을 통제하는 중앙정부와 이에 반발하는 지자체,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어 희생양이 된 국민들이 등장한다. 지방자치의 주체들이 지방자치제도를 구현하는 법률과 이를 시행하는 대통령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에 우리는 2가지 사건을 통해 지자체의 재원 배분에 관한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방식이 지방자치제도의 안정성을 심히 훼손하는 갈등을 야기한다는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국회가 지자체의 재원 배분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결정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자체의 재원 배분기준은 중앙정부가 시행령(대통령령)을 통해 결정해왔다. 이는 국회가 대통령령에 입법을 위임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필자는 여기서 ‘국회가 지자체의 배분기준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국회의 행정입법의 결정이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한가’의 문제를 제기해본다.
행정입법의 필요성과 ‘어떠한 사항을 법률에 규정하고, 어떠한 사항을 위임을 할 것인가’에 관하여 국회에게 입법형성의 자율권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자율권 내지 입법형성권의 행사가 무제한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헌법은 무제한의 입법형성권 부여가 아닌 헌법 질서 형성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국회가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책무를 명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고, 사법심사를 통한 사후적 통제보다는 위임여부를 결정하는 국회에 의한 사전적 통제가 더 실효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회는 헌법적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입법형성권을 행사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권력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헌법상 제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회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을 유발하는 사항에 대해 이를 대통령에 위임해서는 안 되고 법률에 직접 규정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행정입법의 필요성은 전문성, 복잡성, 기동성 등의 관점에서 설명된다. 그런데 지자체의 재원 배분기준의 문제는 배분기준의 설정이 복잡해 전문성이 필요다거나 신속히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볼 특별한 사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는 위임입법으로 인해 지방자치제도의 운영이 혼란을 겪는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지자체의 재원 배분기준을 직접 법률에 규정함으로써 헌법상의 책무를 다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령 때문에 흔들리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