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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이화영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파와 나뿐

섬뜩 등에 꽂히는 시선을 느끼고 돌아 봤을 때

나를 노리는 우묵한 그의 눈을 보고 말았다

그 날 이후 나는 쉬이 그에게 내 몸을 눕히지 못했다

그에게 옆구리를 대고 깜빡 잠이든 날

나를 분해해 아삭 아삭 씹어 먹고 살이 발린 뼈를 추스려

재조립한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입가를 훔치며 그는 나를 무릎에 올려놓았다

내 몸이 정말 내 몸인가 싶어 더듬어보는데

트림을 하는지 소파가 삐꺽거리는 소리를 냈다

소파의 뱃속에, 내 피 냄새 살 냄새 자욱할 텐데

쉿! 그날 이후 소파에 앉을 때마다 나는

숨소리를 죽였다

 

 

 

소파는 현대인의 필수 물품이다.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의 모습이 명징하게 떠오르는 것은 소파와 TV와 현대인이 이룬 삼각구도로 안전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 현대인은 소파가 던져주는 평안함에 중독되었다. 꽃 앞에 쪼그려 앉아 꽃을 보기 전에 강가에 앉아 강물에 떠가는 꽃잎이나 구름을 보기 전에 먼 바다로 가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키우기 전에 소파에 앉아 소파가 주는 아늑함에 파묻혀 간다. 그러다가 때때로 소파가 내 영혼의 무덤이고 소파가 나를 삼킨 아가리고 소파가 내 영혼을 불구로 만든다는 사실에 흠칫 놀랄 때가 있다. 내 온갖 체취를 자세를 너무 잘 아는 소파가 두려워질 때가 있다. 그간 편안했던 것이 편안함이 아니라 내가 송두리 째 소파에게 먹힌 꼴이 되었다는 것을 안다. 피곤한 현대일수록 소파가 현대인을 삼켜버리는 경우가 많다. 소파 하나로 현대인의 실상을 샅샅이 파헤친 섬세한 시각이 돋보인다. 지금도 소파에 앉아 채널을 잡고 있는 현대인이 생각난다.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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