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6 (화)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하이패스

하이패스

                                              /임희구



외곽고속도로를 규정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속도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속도를 버리니

가야 할 곳의 멀고 가까운 개념이 없어졌다

급한 것 다 버리고 살아야겠다 생각하며 달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버스가 내 앞을 가로질러 간다

꽁무니에 근조라고 써 붙인 황천 행 버스다

살아오는 동안도 숨 막히게 바빴을 것인데

싸늘한 시체가 된 고인의 세상 마지막 길을

급하게도 모셔간다 앞차들을 추월하여 톨게이트를

하이패스로 통과한다

사는 것만큼이나 저승길 문턱도 하이패스다

라고 빠르게 보여주며 달려간다 쌩쌩



- 임희구 시집 ‘소주 한 병이 공짜’ 중에서

 


 

속도를 버리고 싶다. 흙이 묻은 신발을 천천히 옮기고 싶다.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 구조적인 발전은 눈부시다. 세련된 여자 앞에서 기가 죽는 것은 문명 탓이다. 문명은 중앙선을 중심으로 자연적이고 원시적인 문화의 반대쪽으로 달리는 차선이다. 살아내는 것은 숨 막히게 바쁜 생활이다. 출근버스나 관광버스나 싸늘한 시체를 모시고 저승길로 가는 황천행 버스의 마음은 한 시가 급하다. 살아오던 정든 마을과 골목을 돌아보고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고인은 어떤 기분일까. 오늘도 아침 일찍 확 트인 하이패스를 빠르게 통과한 차량들 방심은 금물이다. 검은 리무진 버스는 달린다. 달리자! /김명은 시인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