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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순간의 해프닝

 

연일 계속되는 폭염경보도 해제됐고 뜨겁던 지구촌 축제 올림픽이 끝났다.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러시아의 강력한 우승후보인 다이빙 선수가 연기 중 타이밍을 놓쳐 얼굴먼저 입수하면서 0점 처리되는 불운이 생겼다.

다이빙을 보면서 잊혔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괴산 자락에 있는 쌍곡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 쌍곡계곡은 물이 좋고 계곡이 좋아 피서객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자연환경 보호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계곡에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많지만 20여년 전만해도 취사와 물놀이가 자유로웠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웃과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 좀 더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 부지런을 떨었다. 계곡을 한참 오르다보니 물놀이하기 딱 좋을 만큼의 물과 적당한 그늘 그리고 물줄기를 향해 뻗은 소나무까지 안성맞춤인 곳을 발견했다. 그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물놀이를 시작했고 남자들은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돌리며 흥겨운 판이 시작됐다. 물이 차서 입술이 새파래지고 오들오들 떨면서도 즐겁기만 했다.

처음엔 우리일행들만 있었는데 차츰 사람이 모여들었고 잠깐 사이에 계곡이 왁자해졌다. 물놀이를 하던 젊은이 중 누군가가 소나무 위로 올라가 다이빙을 했다. 물에서 10m 이상은 족히 될 높이였다. 처음엔 위험하다 싶었는데 하나 둘씩 뛰어내리는 사람이 늘어났고 우리 아이들도 동참했다. 슬슬 내 모험심도 발동했다. 몇 번을 망설이다 말리는 남편을 뒤로하고 소나무 위로 올라갔다. 아줌마가 올라가서인지 관객들이 열광하고 박수와 환호가 계곡을 울렸다. 겁도 없이 풍덩 뛰어내렸다. 생전 처음 해본 다이빙이다. 허공을 나는 기분이 짜릿했다.

몇 번을 거푸 올라갔다. 물 아래는 바위가 있고 물이끼가 있어 미끄러웠다. 돌에 머리가 부딪히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나는 환호받는 것이 좋았고 배짱좋다는 말에 으쓱하여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나무에 올랐다. 바위를 기어오르다 발이 미끄러져 물속으로 빠졌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허우적거렸지만 몸이 물 밖으로 나가지를 않았다. 두 팔을 올려 버둥거려도 소용이 없었다. 순간 아차 싶으며 겁도 났고 어쩌지 못하는 무력감이 들었다. 무서웠다. 허우적대는데 누군가 팔을 잡아당겼다.

처음엔 장난하는 줄 알았는데 지켜보니 장난이 아닌 것 같아 구해줬다는 것이다. 마침 일행이 나를 보았으니 망정이니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찔한 순간이었다. 목숨 구해준 은인에게 평생을 감사하며 살라는 말에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젊기도 했지만 얼마나 무모하고 철없는 행동이었는지 어이가 없다. 아이들도 못하게 말려야 하는데 하물며 어미가 돼서 그 짓을 했다니 부끄럽기도 하다. 그 일이 있은 후 그곳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았고 방송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인도 거기서 자식을 잃었다는 말을 듣고는 내가 한 짓이 얼마나 대책 없는 행동이었는지 새삼 반성했다.

몇 년이 지난 후 그곳에 갔을 때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모래로 매워져 말끔하게 단장되어 있고 그곳에 전망대가 생겼다. 생에 첫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다이빙은 그렇게 아찔한 추억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은 주책없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주의를 받기도 하지만 젊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라 격려 아닌 격려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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