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
/박효숙
잠깐만,
숨을 고르세요
숨 가쁘게 서두르지 마시구요
끝장(. )내는 삶이 아닌,
여유로운 삶을 위해
잠시, 지친 발걸음을 멈추세요
지저귀는 작은 새도 쉼표로 노래해요
날아가는 나비도 쉼표로 앉아요
마냥 살가운 시간의 자투리
고갯마루 너럭바위
- 박효숙 시집 ‘은유의 콩깍지’에서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세상이 사람을 바쁘게 만들고 있다. 언제부턴가 속도전이 인생이 기본 전술로 바뀌어 가고 있다. 잠깐 쉬는 사이에 추월을 당할까 걱정이 많다. 추월을 당하면 이제까지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까 걱정이다. 그럴수록 여유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가고는 있다. 한가로운 시골 고갯마루 너럭바위에 앉아 건강한 바람에 신명나게 흔들리는 나뭇잎과 풀잎들을 바라보다 보면 시간의 자투리는 이토록 살갑다. 쉼표 없이 살다가 서둘러 마침표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아름다운 인생 만들기의 하나일 것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