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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박영석

나에게도 첫사랑이 있었으리라. 아니 첫 사랑같이 순결한 날 있었으리라. 첫 뭉게구름 첫 파도소리 막연하게 발이 시리던 첫 서리 내린 날이 있었으리라.

…………………………………………………

첫 불빛과 몽유병 같은 날 있었으리라. 떠올릴 수도 없을 만큼 단검처럼 예리하게 지나가버린 첫 키스 첫 이별 있었으리라.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도 하고 낯설기도 한 저 첫

- 박영석 시집 ‘발자국이 껑충 사라지다’ / 현대시학


 

 

 

시집을 받았을 때, 낯이 익지 않은 시인일 경우 먼저 프로필을 보게 된다. 유고시집이란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럴 경우, 시집을 잘 받았다거나 통상적인 인사마저도 전할 수 없다. 시집의 네 번째 순서인 위 시에서 독자는 오랫동안 멈춰있을 것이다. 시인은 죽음을 예감한 것일까? 일상적인 ‘첫’은 신선함과 기대와 열정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첫’인 죽음은 설렘과 좀 다를 것이다. ‘많이 본 듯도 하고 낯설기도 한’, 그것이 나를 향해 오고 있을 때, 놀랍도록 ‘많이 본 듯도 하고 낯설기도 한’, 지금껏 겪어낸 모든 ‘첫’을 단번에 거꾸러뜨리는 가장 힘센 ‘첫’…….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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