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서
언제나 냉소적인
언제나 대칭을 이룬
하나의 몸과 하나의 마음이
우리, 라는 복수 일인칭으로 겹쳐지는
순간
음문의 뿌리까지 발긋발긋 차올라
경계도 없이
규칙도 없이
온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아,
오렌지꽃 타는 냄새!
아주 짧고 아주 긴
11분
- 김명서 시집‘야만의 사육제’ / 한국문연
37.2도는 사랑하기에 좋은 체온이라고 한다. 11분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제목이기도 한데 남녀의 사랑행위가 지속되는 평균시간을 의미한단다. 37.2도와 11분이 합쳐져 생성해내는 의미, 하나의 몸과 하나의 마음이 ‘우리’라는 복수 일인칭으로 되는 순간, 인간은 존재의 환희와 관계의 뜨거운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오렌지꽃 타는 냄새’로 표현한 시인의 후각 또한 흥미롭다. 저마다의 기억을 더듬어 그 순간의 색깔과 냄새와 소리를 표현해 보자. 삶을, 살아있음을 좀 더 가까이 당겨보자. 하여 우리의 몸은 광활한 세상에 맞서 그 사소함과 사사로움으로 하여금 애틋하고 한층 유일해질 것이다.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