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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등급보류'도 존폐 기로

2일 서울행정법원이 `음반ㆍ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음비법)이 규정하고 있는 `등급보류'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으로써 비디오의 `등급보류' 규정도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음비법 제20조(등급분류) 5항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충분한 내용 검토를 위해 3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제35조(음반수입 등의 추천) 2항에서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국가의 권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는 것 △폭력ㆍ음란 등의 과도한 묘사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 △민족의 문화적 주체성 등을 훼손해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등으로 명문화해놓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어떤 비디오물이 유통되기도 전에 행정기관인 영등위가 미리 음란성 여부 등을 판단해 등급분류 자체를 무제한으로 보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사전검열제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6㎜ 성인영화 제작사인 씨네프로의 이강림 대표는 2002년 6월 직접 연출한 `냄비가게 닷컴'과 `보도방'의 등급분류를 신청했다가 영등위로부터 여러 차례 `등급보류' 판정을 받자 그해 8월 등급보류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문제장면을 자진삭제한 뒤 `18세 이상가' 등급을 받아 청구의 취지가 소멸됐으므로 소송을 취하하고 그해 10월 역시 등급보류를 받은 `씨네프로 컬렉션'에 대해 11월 등급보류 취소소송과 함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법원에 신청했다.

이 대표는 소장에서 "영등위가 `등급보류 10일'을 결정한 것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에 해당하는 행위이며, `여음부 노출, 선정성 과다'라는 사유도 극히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영등위의 권한을 일탈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에서 "영등위가 등급보류를 남발해 개인의 의사표현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 것"이라며 "음비법의 위헌성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만큼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요구했다.

헌법재판소가 2001년 8월 영화진흥법상 등급보류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사례를 비춰볼 때 음비법 등급보류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등급보류를 받으면 대여나 판매가 원천봉쇄되기 때문에 대부분 업자들은 영등위가 지적한 문제장면을 잘라낸 뒤 다시 등급분류를 신청하고 있다. 보류기간이 3개월 이내로 규정돼 있지만 반복해 보류판정을 내릴 수 있어 사실상 무기한인 데다 `충분한 내용 검토를 위해'라는 취지도 재검토 후 번복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등급보류 조항이 검열의 효과를 지닌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지니는 것이다.

또한 비디오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 등에서 노출되는 성인 관련 사이트의 수준은 이미 포르노를 능가하는데 비디오 심의는 3∼4년 전으로 회귀한 채 등급보류를 남발하고 있어 업계가 고사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영등위는 지난해 4천369편의 신청건수 가운데 국내 582편, 국외 44편에 대해 등급보류 결정을 내렸고 2002년에는 4천563편의 신청건수 중 국내 751편, 국외 210편의 등급분류를 보류했다.

이에 대해 영등위는 "영화의 경우 등급외전용관(제한상영관)을 마련할 수 있지만 비디오는 등급외 비디오물을 따로 대여하는 조항을 신설할 수 없어 등급보류 규정의 존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현실적으로도 비디오는 영화에 비해 소자본 제작이 가능하고 유통이 쉽기 때문에 등급보류 조항을 없애면 음란물이 더욱 넘쳐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시민단체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원재 전 문화연대 정책실장은 "등급보류 조항 자체가 명백한 위헌성을 갖고 있으며 현재의 영등위 비디오분과의 여건과 심의물량을 따져보면 기계적인 검열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권장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총무는 "비디오는 한번 유통되면 사후 규제가 실효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영등위가 등급보류 조항을 통해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하는 한편 "현재 `18세 이상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을 감안해 영화의 `제한상영가' 등급처럼 `유통제한' 등급을 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은 "비디오의 경우 영화에 비해 현실적인 관리의 어려움이 많이 따르겠지만 원칙적으로는 비디오 출시 자체를 제한할 수 없으므로 성인전용 대여점 설치 등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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