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유의 골목
/김영
혼자 구르다 멈춘 깡통은
버려진 악기처럼 운다
이전 골목에서도 그런 적 있다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이마를 부딪친 적 있다
여닫는 각도가 비례하지 않았다
비오기 하루 전
수천 개의 가로등 뒤로
말문이 트이지 않은
불균형이 꿈틀거린다
굴러다니며 비를 맞는 깡통
더 이상은 울지 않는다
평소에 친했던 사람과 사소한 일로 서먹하게 돌아서는 날이 있다. 자라온 환경이 서로 다른 만큼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의 각도가 맞지 않기도 할 것이다. 터벅터벅 돌아오는 밤길, 화자는 가로등에 기대어 미처 건네지 못한 말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제일 멀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