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물고기
/김명서
별 입자가 구름 입자와 충돌할 때
난반사된 불꽃들이 결합해서 잉태된 나는
순수한 원자만의 집합체이다
대양으로 나가는
안전한 바닷길은 해일에 가려져 있다
위험할수록 이성은 차갑게 빛나는 법
살아남을 수 있다
각오를 해저 동굴의 암벽에 저장해 두고
몸통을 세차게 흔들어 조류의 흐름을 살핀다
저온의 해수가 체온을 앗아간다
낙조에 물들어가는 몸에 얼음꽃 핀다
- 김명서 시집 ‘야만의 사육제’
내가 나를 돌아볼 때가 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왜 태어났는가. 특히 삶이 힘들 때 이러한 물음을 묻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나는 별 입자가 구름 입자와 충돌할 때 난반사 된 불꽃들이 결합하여 잉태되고 태어난 물고기다. 그러나 대양으로 나가는 안전한 바닷길은 해일에 가려져 있다. 그렇게 앞길이 보이지 않는 세상은 때로 나를 낙조에 물들게 하는 저온의 해수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의 이성은 차갑게 빛나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각오를 저 깊은 해저 동굴 암벽에 저장하며 몸을 세차게 흔든다. 조류의 흐름을 살피는 전신에는 얼음꽃이 핀다. 나를 냉철하게 다잡는 이러한 몸부림은 사람과 사람 사이 발생하는 피로감에서 오는 것으로 순수한 원자만의 집합체였던 내가 결코 살아가기 쉽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하는 하나의 뜨거움이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