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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근칼럼]전문 직종의 충돌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년간 국민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직종은 바로 변호사들입니다. 정부와 국회의 변호사 숫자 확대 정책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전체 변호사 숫자가 두 배로 증가하였습니다. 홍수처럼 범람하게 된 변호사들은 이제 법정에 출입하는 송사 사건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여 문턱을 낮추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변호사가 취급해야 할 각종 법률 업무를 관행적으로 처리해 오던 이른바 법조 유사 직역과 변호사와의 충돌이 불가피해졌고, 이제 본격적으로 그러한 입법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변호사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형사사건의 국선 변호를 변호사가 아닌 법무사가 법정의 변호사석에 앉아 형식적으로 선처를 바란다는 식의 변론을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내가 포항의 어느 부대에서 군법무관을 할 때 시골 법원에서 직접 목격한 내용입니다. 예전에 의사가 없는 지역을 무의촌이라 하였고 변호사가 없는 지역을 무변촌이라 하여 이러한 전문직이 없는 지역에 전문가를 상주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무의촌이나 무변촌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전국 어느 법원에 가더라도 그 주변에 변호사 간판이 어지러이 각양각색으로 난립하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부동산의 매매·임대계약에 관한 분쟁은 원래 변호사가 취급하는 법률 분야입니다. 매매나 임대 과정에 있어서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 다르기 때문에 계약서의 내용도 그 계약 당사자의 평소 사고방식에 맞게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사용하는 매매 계약서나 임대차 계약서는 대부분 인쇄된 용지에 똑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고 말로 주고받은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되거나 특약사항에 아주 간략하게 기재되어 있어 분쟁의 불씨를 늘 안고 있습니다.

매도인 측이건 매수인 측이건 자신의 구미에 맞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려면 결국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야 합니다. 실제로 대형 건물의 매매 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을 붙인 매매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계약서 작성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변호사가 직접 계약서를 작성해주는 사례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에 관한 업무도 변호사의 취급 분야에 포함되고 부동산 중개업 등록 없이 변호사 자격만으로 이러한 업무를 취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트러스트라는 이름으로 이와 같이 부동산 거래 분야 업무를 특화 한 공성배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 단체에 의해 고발당한 끝에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번 재판은 순수한 법리 논쟁으로 전개되었고 국민 참여 재판 방식으로 배심원들이 일반인이 상식에 입각하여 평결에 참여하였습니다.

재판 과정을 꼼꼼하게 지켜본 배심원 7명 중 4명은 무죄 의견을, 나머지 3명은 유죄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법원은 배심원들의 평결을 참작하여 결론을 내리되 반드시 배심원들의 의견에 따를 의무는 없습니다. 결국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부동산 중개업 종사자분들은 법정을 향해 고함을 지르면 항의하였습니다. 법원 밖을 나서며 보니 1인시위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변호사와 부동산 중개업 종사자들과의 충돌은 이러한 법조유사 직역과 변호사 사이 충돌의 한 사례에 불과합니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취급 하는 변리사분들은 그 분야에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변호사 자격 부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세무사들도 세무 분야 소송에서 변호사 자격 부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행정사들도 이와 유사한 요구를 하고 있으며 이에 편승하여 변호사 홍수시대를 만든 정부에서 이와 같은 행정사들의 요구를 반영한 입법을 준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변호사 인구를 늘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여 국민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확대하라는 시대의 요구에 역행하는 일입니다.

수 년 간의 공부와 국가시험 합격 그리고 일정 기간 연수와 현장 경험을 거친 변호사의 업무를, 특정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분들이 법정에 출석하여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을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서툰 법률전문가 행세는 결국 국민의 피해로 이어집니다. 법률문제에 관한 업무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의 재확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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