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혼란스럽다. 새누리당 등 정치권은 계파별 또는 뜻을 같이 하자는 제3지대 모임 등으로 엇갈려 정계개편이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을 비롯한 전·현직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급기야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남 지사와 김 의원, 정두언·정문헌·박준선·정태근 전 의원 등 탈당파 모임은 엊그제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빠른 시일 안에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단을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남 지사는 이와는 별도로 15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KR(KOREA REBUILDING·코리아리빌딩)포럼 창립준비위원회를 열고 ‘남경필에게 묻는다’라는 토크콘서트를 개최해 대권행보를 본격화한다.
이재오 전 의원도 늘푸른한국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신당의 문호를 열어놓고 새로운 가치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국민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맞서 친박계 의원들은 11일 서청원 최경환 조원진 이장우 의원 등 의원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동을 갖고 ‘혁신과통합연합’ 모임을 13일 공식 발족하기로 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12일 비박계 주축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끈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을 향해 인간이하의 처신을 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들을 출당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고 했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분당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대권경쟁은 또 어떠한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려면 아직도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른다. 혹시라도 조기 대선을 치른다 해도 빨라야 내년 6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각 당과 각 계파의 후보들의 대권을 향한 행보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산적한데 6개월 이상을 대권경쟁에만 몰두한다면 국력의 낭비를 가져올 뿐이다. 누구 하나 나서 국민과 민생을 위해 힘을 합쳐보자고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있다고 해도 말뿐이며 그 속에는 오로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욕심밖에 없는 것 같다.
나라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다. 여야가 힘을 모으고, 대행체제의 정부와 국회가 협조해도 모자랄 판이다. 정치세력끼리의 파벌싸움이 계속된다면 공멸이 불가피하다. 정당의 목적이 정권획득이라지만 대권싸움과 당파싸움을 잠시라도 중지하고 국가위기를 수습하는데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