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1
/박정수
‘농구장 주차장에서 00일 새벽 접착 사고 났음’
경비원 일지에 일어난 접착사고,
얼마나 좋아하면 딱 붙어버렸을까
얼마나 사랑스러우면 떨어지질 않을까
모두가 잠든 새벽
하루가 얼마나 길었으면 엉덩이 꽉 잡고
딱 붙어 떨어지지 못했을까
경비원도 남자도
신경전을 없었겠다, 딱 붙어버렸으니
하나만 바꾸면
하루종일 꽃이 핀다
내가 너를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사랑한 게 되었으니 얼마나 환한가,
농구골대 반쯤 걸린 보름달로 킥킥거렸을 새벽
산수유 빨간 열매들 덩달아 소곤소곤, 다시
톡톡 꽃망울이 터지는 봄날이다
- 시집‘오목한 양지’
신선한 반전이다. 시에서의 낯설게 하기가 여지없이 드러난 시이다. 매개는 경비원 일지에 적힌 ‘접착사고’! 이 한 단어에서 단숨에 접촉이 접착이 되니 서로 얼굴 붉힐 사고가 아니라 하루 종일 꽃이 피는 시적 전이가 일어난다. 이토록 우리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 시국이 어수선한데 혹 이렇게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미르, K스포츠 재단 비리가 아니었다면, 정유라의 부정입학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큰 국정농단이 결코 파헤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각종의혹이 영영 묻혀버렸을 것이다, 라고……. 무력한 서민의 자위이지만 우리는 다시 꽃망울 툭툭 터지는 봄날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