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목어
/박해미
작은 모임에서 요양원에 봉사활동을 갔다.
나의 임무는 목욕 시켜드리는 일
훨체어 타고 목욕탕 들어 온 구순의 할머니
“단풍잎 날라 다니니 비켜나 계세요”
목욕을 담당한 내게 요양보호사가 말한다.
안들은 척 할머니 윗옷을 벗겨드리는 순간
훅, 날아오르는 수천의 단풍잎 떼,
먼 바다에서 헤엄쳐 돌아온 연어 한 마리
단풍잎 비늘까지 다 벗고 목어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시다.
-계간 리토피아 가을호에서
가을이 되어 일교차가 심해지면 나뭇잎은 녹색성분이 줄어들고 대신 숨어있던 다양한 색깔들이 드러난다. 나뭇잎에서 형성된 당이 떨켜에 막혀 나무로 내려가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라고도 한다. 우리에게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단풍이다. 생명의 마지막 부분이어 더 생길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살비듬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것을 단풍이라 표현하는 시인을 비롯한 자원 봉사자들의 마음이 진정 따뜻하고 아름답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