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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칼럼]만물신선

 

새해 첫 한 주간만이라도 온 세상만물들이 처음 세상에 나올 때처럼 신선해질 수 있는 기간이면 좋겠다. 애연가, 애주가들은 그래서 새해 첫 날을 금연 금주의 출발점으로 삼기도 한다. 작심삼일일지라도 삼일 동안은 신선해지는 것이다. 정유년 닭의 해! 어제 새벽에 울었던 닭 울음소리는 오늘 새벽에 들어도 똑같이 신선하다. 어제 꼬리치던 강아지는 오늘도 똑 같이 반기며 꼬리를 흔든다. 꽃이 시들어가는 과정은 변화이지만 통과의례처럼 다시 새롭게 꽃을 피운다.

처음 선거유세 때 공약했던 약속들이 선출되어 공직재임 중에 그대로 진척되고 국민을 위하는 자세와 행동도 언제나 한결같은 정치인이 있다면 그 정치인은 아마 동물이거나 식물일 것이다. 설사 그 정치인이 동식물일지라도 국민은 그런 정치인을 원한다. 청문회에서 보았듯이 야합하고 거짓말하고 속이며 자신만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고위 공직자, 정치인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진정한 정치인은 바로 저런 사람들이라는 생각마저 갖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선거 때 낭패를 볼 것이고, 또 챙기고 붙잡아야 할 끈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면서 교도소는 겁내지 않는 모양이다. 의리(?)가 대단한 사람들이다. 신선한 정치인이 있다면 그 정치인은 아마도 초선 의원일 것이다.

야바위꾼들의 상도덕도 이 정도로 비열하고 저질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병우를 가리켜 어느 신문에서 ‘일그러진 엘리트’라고 했다. 시험공부 잘해서 고시합격한 사람들을 모두 엘리트라고 해보자.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출세하여 권력남용으로 부를 축적하고 국정농단에 개입한 자들에게 ‘일그러진’이라는 수식어를 붙일지라도 이들을 과연 엘리트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 인문학이 그토록 성행하고 종교가 부흥을 하고 있건만 이 중에 가장 중요한 덕목인 자기성찰, 영성은 모조리 빼다 버린 채 인문학, 종교를 운운한다. 대학은 지식인만 양성하지 지성인으로 육성하지 않는다. 고시는 점수를 보지 품성을 살피지 않는다. 비록 미신신앙도 착한 일을 해야 복을 받는다는 말 정도는 하는데 고등종교라는 탈을 쓰고 종교는 출세한 자 더 출세하게 해 달라고 빌고, 부자 더 부자 되게 해달라고 빈다. 이것이 현대 ‘일그러진 종교’의 주된 기능이다. 그리고 부차적으로 자기반성과 회개를 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단지 구호이며 포장이 되고 말았다. 만물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먼저 신선해져야 만물이 신선해질 수 있다. 정치인들이 신선해져야 나라가 신선해지는 것이다. 이를 돕기에 가장 적절한 분야가 종교이다. 종교가 썩으면 만물이 썩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부터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사람이 신선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삶을 출발하는 길뿐이다. 마침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의 해이다. 루터가 500년 전에 성당 문에 붙인 95개 조항의 내용은 가톨릭교회, 특히 교황의 그릇됨에 대한 비판이었다. 대부분이 문맹이었던 순진무구한 교인들은 교황, 주교 성직자의 말을 예수님의 말씀처럼 믿고 따랐다. 이것이 중세 말 유럽교회의 전지전능한 권위였다. 교황의 욕망으로 면죄부를 팔았고 이에 순응하는 성직자와 교회가 타락하였다. 또 면죄부 판매권을 둘러싸고 루터도 개입한 바 있을 정도였다.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는 만물을 신선하게 하고자 했던 운동이었고 그 정신을 성경과 고대 희랍의 인문학에서 찾았다. 박근혜, 최순실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은 이 기회에 대한민국 정치 경제 문화를 포함한 모든 분야가 신선해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 기회는 대한민국이 과거의 음습한 모든 것들을 청산하고 거듭나는 기회이며 진정한 민주주의로 발 돋음을 하는 기회이다. 촛불을 통한 시민들의 모임을 누군가 시민혁명이라고 했다. 과거 4·19학생혁명, 광주 민주화항쟁, 6·10 항쟁에 이어 이번 촛불집회도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삼성 이재용의 영장도 기각되었다. 다수의 국민들은 사실여부를 떠나서 이것이 바로 재벌의 힘이며 예측했던 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신선해지기 위한 과정으로 여전히 갈 길이 험난하지만 탄핵 조사가 진행 중이니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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