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일은 불기 2561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전국의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탄생을 경축하는 봉축 법요식과 다채로운 봉축행사가 열린다. 불자들은 탐진치(貪瞋癡), 즉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의 세 가지 번뇌를 삼독(三毒)이라고까지 하면서 경계한다. 깨달음에 이르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이 탐진치의 고해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인류에게 진리를 밝히기 위해 부처님은 오셨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개인별, 집단별, 지역별, 연령별, 소득별 계층으로 나뉜 채 아집과 독선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나라에서는 대립과 분열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투표일이 고작 6일 남은 지금 각 후보와 진영 간 공방이 과열상태를 넘어서 양식 있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상대에 대한 욕설과 막말, 거친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명색이 이 나라 5천만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나서겠다는 사람들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 세상을 알고, 배울만큼 배웠다는 이들이 공개석상에서 막말을 쏟아내는 것을 들으면 아이들 얼굴을 보기가 민망하다.
대표적인 막말은 “이제 국민들도 속지 않는다. 이 X들아!” “이런 도둑놈의 XX들이 어딨나?” “요물처럼 그래 안해줬으면 합니다” “온갖 지랄을 다 한다” “완전히 궤멸 시켜야 됩니다” 등이다. 이런 막말도 문제지만 진보와 보수 진영논리를 펴면서 편 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행태도 도를 넘고 있다. 또 별 효과가 없는 극단적 네거티브도 여전했다. 네거티브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국민 대부분의 정치의식이 높아졌지만 정작 정치인들만 그걸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말로만 통합이니 포용이니 하지만 현실은 극심한 대립과 증오만이 판친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새 정부 출범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인수위원회 없이 대선 다음날인 10일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는 참으로 할 일이 많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 북한 핵 위협, 이른바 트럼프리스크, 국내 경제 침체와 일자리문제 등 머리 싸매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마디로 이번 대통령이 걸어야 할 길은 험할 것이 분명하다. 선거 과정에서의 반목이 계속된다면 이 난관을 헤쳐가기 어렵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증오를 불러오는 극단적인 비방을 중단하기 바란다. 이 나라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