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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 칼럼]국민의 삶이 개선돼야 진정한 변화다

 

“억대 연봉 이발사를 둔 대통령과 다른 대통령, 명품 옷을 즐긴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블링블링’(bling-bling·화려하게 차려입은) 대통령은 이제 없다. 생애 가장 중요한날 55만 원짜리 기성복을 입고 취임선서를 한 대통령. 저렴한 의상과 액세서리를 임대해 착용하고 취임식에서 대통령을 지켜본 영부인. 패션을 통해서도 이전 정권과 선을 그으려는 대통령의 의지” 물론 우리나라 얘기는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 역대 최연소 국가 지도자로 선출된 마크롱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도한 프랑스 언론의 다양한 헤드라인 들이다. 그리고 취임식 직후 리무진이 아닌 군용 지프에 탑승한 채 지난달 총격 테러가 벌어졌던 샹젤리제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했다는 내용도 국민에게 신선함을 주었다고 대서특필하면서 ‘파격’이라고 평가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자신을 공격했던 공화당 소속 에두아르 필리프(46) 르아브르 시장을 새 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하자 선거로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탕평과 협치의 시작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면서 30대 대통령과 40대 총리가 이끄는 프랑스 정부의 새 장관들의 평균 연령도 한층 더 낮아질 것이며 개혁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도내놨다.

이 같은 외신을 읽으며 마치 우리와 교감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잠시 빠졌었다. 그리곤 이내 어느 나라건 정치에 있어서 영원한 것은 없으며 그로 인해 세상이 바뀌긴 바뀌는 모양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전임정권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비슷한 시기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요즘의 우리나라를 보면 더욱 실감 난다. 청와대관저에서 집무실로 출근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내 김정숙 여사가 건 냈다는 “가 세요 여보, 잘 다녀오세요. 바지가 너무 짧다. 바지 하나 사 야겠다”라는 말이 곧바로 공개된 것도 그렇고, 김 여사가 영부인 대신 여사님으로 불러달라며 탈 권위를 선언 했다는 내용도 그렇다. 이밖에 청와대 관저로 이사를 위해 준비하는 도중 자신을 찾아온 민원인에게 족발 등을 대접한 일, 홍은동에서 이사 하는 날 직접 트렁크를 끌고 나와 자동차에 직접 실는 모습 등등, 그동안 이런 영부인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국민들로서는 신선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나라를 새로 책임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차라리 청와대 안주인 얘기는 애교(?)에 속한다. 권위와 불통에 식상한 국민들의 마음에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주는 소식들이 넘쳐 나서다. 서울 홍은동 사저에서 청와대로 오갈 때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셀카를 찍은 것을 비롯해 기자들 앞에서 직접 국무총리·국정원장 내정자를 소개하고, 와이셔츠 차림에 참모들과 커피잔을 들고 격의 없이 담소를 나누며,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대통령이 식판을 들고 일반 직원들과 같이 점심 먹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최근엔 정치적으로 박원순 사람, 안희정 사람을 청와대에 중용하면서 이재명 사람까지 포용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정권과 확실히 다른 무엇을 절감하게 한다. 거기에 후보 시절에 내놓은 공약을 지키기 위해 유기견 ‘토리’를 청와대 퍼스트독으로 삼았다는 소식까지. 이러한 대통령의 행보가 설령 보여 주기식이라도 국민들에게 참신하고 산뜻하게 다가가기에 충분하다. 겉으론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획일성, 편 가르기, 일방통행으로 상징되는 권위주의 일변도였던 지난 정권의 모습이 국민들 가슴속에 추하게 남아있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개혁을 위한 대통령의 의지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되돌리겠다는 실험은 전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 조만간 선거 과정에서 제기됐던 여러 정책과 공약을 다시 가다듬은 국정과제와 그 구체적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보여 기대 또한 크다.

우려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정권에서도 그랬듯 집권초기 의지와 의욕이 시간이 지나면서 슬그머니 기득권의 논리에 함몰돼 공동체의 가치에 눈감고 타협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직은 적폐청산과 개혁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은 상태라 섣부른 예단이며 기우 일수 있으나 말이다.

요즘 같으면 정권이 바뀐다는 것은 누군가의 삶이 바뀐다는 것과, 특히 사회적 약자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이룰 수는 없지만 임기 내내 초심 또한 잃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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