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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임찬일


내 몸을 씻는다

관계가 끝날 때마다

그대 앞에 차리고 싶은

내 사랑 한 접시

언제나 빈 그릇으로

버려지는 즐거움



나는 내게 알맞은

마음을 담고 싶다

가끔씩 뜨거운 사랑

받침잔도 되어 주고



그대의 손닿는 곳이라면

나는 늘 비어 있다



- 시조집 ‘내게로 온 것들은 눈이 슬퍼라’

/ 2001년

 

 

 

접시는 비어있을 때가 제 몸인가 담겨져 있을 때가 완전체인가. 그러나 비워냄으로써 채워지는 일상의 순리가 아니겠는가. 요즘은 접시의 종류도 많이 다양해졌다. 예전 접시가 투박하면서 순하고 정갈한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형형색색이 화려한 색감의 접시가 진열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선택의 폭은 다양해졌지만 바탕이 화려하다 보면 담아내는 음식이나 마음의 진실함이 살지 못하는 우려가 있다. 관계가 끝날 때마다 맑게 씻긴 옥빛의 접시에 차려내고 싶은 내 사랑 한 접시, 언제니 빈 그릇으로 버려지는 즐거움이 있기에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내게 알맞은 마음을 담고 싶다. 어쩌다 뜨거운 받침잔도 되어주는, 늘 그대를 기다리는 비어있는 마음인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임찬일 시인, 마음 것 사랑하고 싶은 청명한 이 가을 날, 알맞은 정성을 담아 드리고 싶은 당신이 그리워지는 이유다. /정운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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