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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노향림

해에게서는

언제부턴가 종소리가 난다.

은은히 울려 퍼지는 소리 앞에

무릎 꿇고 한데 모으는 헌 손들

배고픈 영혼들을 위한 한끼의 양식이오니

고개 숙이고 낮은 데로 임하소서

하늘이 지상의 빈 터에다 간판을 내걸었다.

무료 급식소,

무성한 생명력의 소리 받아먹으려고

고적함을 견디며 서 있는 길고 긴 행렬

깃털처럼 야윈 몸들을 데리고

될 수 있는 한 웅크린다.

아무것도 움직여본 적 없고

스스로를 쳐서 소리 낸 적 없는 몸짓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파동치는

해에게서는

수세기의 깨진 종소리가 난다.



- 노향림 시집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온 우주는 하나의 그물망 속에 있다. 우리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떼어도 뗄 수 없는 유기적 관계 속에 있다. 너와 나 그리고 태양과 바람과 풀과 나무와 그중에서 태양은 이 지구 상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것이다. 태양이 종소리를 낸다. 내 몸을 깬 조각조각의 빛줄기로 온갖 만물을 비춘다. 그 빛줄기를 먹고 자라는 생명들, 그것은 하늘이 지상의 빈 터에다 간판을 내건 무료급식소이다. 배고픈 영혼들이 받아먹는 거룩한 양식이다. 고적함을 견디며 서 있는 모든 것들의 길고 긴 행렬이 된 우리, 하여 우리는 우리를 위한 저 태양의 커다란 울림 앞에 두 손을 모으고 감사의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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