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2
-폐교에서
/이진욱
폐교 한 귀퉁이
먼지를 뒤집어쓴 명자가 울며 서 있다
눈물보다 가벼운 몸으로
쥐고 있던 봄을 툭, 떨어뜨린다
기다림만 피워 올리다가
툭툭 꽃잎을
각혈처럼 뱉고 있다
찬란한 봄이 사람을 외롭게 했던 것처럼
내 손길에서 잊힌 명자가
뒤란에서 울고 있다
-시집 ‘눈물을 두고 왔다’
그리움으로 호명되는 것들은 늘 시간 저쪽에 존재한다. 명자가 그렇고 폐교, 뒤란이 그렇다. 이러한 시어들은 서정시의 존재이유면서 늘 쓸쓸하고 적막한 감성의 막을 툭, 건드린다. 명자는 시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의 총체이다. 희미한 기억의 창고에서 꺼낸 도발적인 선홍의 명자꽃은 폐교의 을씨년스러움과 대비를 이루며 한층 붉게 각인되지만 그럼으로써 봄을 더욱 황량하게 했던 추억 새롭다. 명자는 그래서 이제는 잊혀진 첫사랑 그 소녀가 아닐까. 그 소녀가 기억의 뒤란을 떠돌 듯이 폐교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명자꽃이 울고 있다니, 찬란한 봄이 저물 듯 시인의 봄날도 저물어가나 보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