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가 지난 23일 만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39명이었는데 이번에 김 할머니가 별세함에 따라 생존 피해자 할머니는 37명밖에 남지 않았다. 모든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이 삶이 그러했지만 이번에 세상을 떠난 김 할머니의 생애도 눈물겹다.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16세에 중국 지린성 위안소로 끌려가 3년간 지옥 같은 모진 고통을 겪었다. 7차례나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였다. 일본군의 폭행으로 한쪽 청력도 잃었다.
그 후 일본군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려왔다. 그리고 ‘한일 위안부 협상’에 격노했다. “피해자는 우리인데, 정부가 그렇게 함부로 합의했습니까? 우린 인정 못해요” 생존 시 했던 방송과의 인터뷰가 가슴에 닿는다.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와 정당한 배상은 김 할머니의 평생소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배상금을 받게 되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려고 했다. 실제로 김 할머니는 생전에 모은 돈 2억5천여 만원을 모두 기부하고 떠났다. 빈소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2000년, 김군자 할머니가 고아들을 위해 써달라며 5천만원을 내놓았는데 그 돈을 기초로 해서 한 2억∼3억원의 기금이 모였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김 할머니 등 피해자의 평생소원과 대다수 국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한일 위안부 협상을 덜컥 체결해 버린 것이다. 위안부 합의는 우리 국민 대다수와 피해자들이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10억엔의 이른바 ‘화해치유재단 기금’을 되돌려주라는 것이 피해자들과 국민의 요구다. 더 기막힌 것은 일본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 위안부와 관련한 쓰레기 같은 망언이 거듭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23일 미국주재 일본 다카시 총영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성노예로 삼았다는 증거가 없고, 돈을 받는 매춘부였다”고 말했다.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의 가슴에 또 다시 못을 박는 잔인한 발언이다. 정상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이런 사람을 국가의 중요한 외교 책임자로 임명하고 망언이후에도 입을 다물고 있는 일본 정부의 뜻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다행스럽게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협상 합의 내용이나 협상 경과를 꼼꼼히 검토해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군자 할머니의 명복을 빌며 일본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