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낯선 별에서 편지가 날아들었다
예고도 없이
툭,
너의 뜨거운 심장을
내 차가운 손으로 차마 받을 수가 없었다
- 김도연 시집 ‘엄마를 베꼈다’ 중에서
이제 여름이다. 온 산야는 초록의 물로 가득 차 있다. 하루를 마감하고 다시 아침을 맞는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리고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초록빛이다. 하루 종일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초록의 향연,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초록빛이 진부해지기 시작한다. 이럴 즈음 낯선 별에서 날아 온 편지처럼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꽃이 있다. 불현듯 나타나 내 가슴에 사뿐히 내려앉은 꽃, 바로 능소화다. 능소화 꽃은 진황주황색이다. 초록빛 세상 속에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마음을 진한 주황색이 받쳐주며 잘 배합되어 한여름을 생동감 있게 해주는 꽃이다. 능소화는 어쩌면 그리움의 상징이다. 더운 여름 날, 예고도 없이 내 앞에 불쑥 나타난 한동안 그리워했던 사람, 그러나 그를 받아주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래서 능소화 꽃은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