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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근칼럼]휴가 여행

 

여름은 떠남의 계절. 인천공항 이용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에서 보듯 여름은 휴가를 이용해 어디론가 떠나는 계절이다.

일상의 나를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조용히 나를 되돌아보는 일. 또 다른 나를 찾아 미래를 설계하는 일. 모래알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잡한 곳을 찾아도 좋고 인적이 없는 한적한 곳에 멍 때리며 시간을 멈추게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어떤 경우에는 업무의 연장인 듯한 일정도 있지만 그런들 어쩌랴.

많이 보고 많이 돌아다니고 의욕이 지나쳐 욕심에 이르는 여정도 있지만 어느 한 곳에 머물며 그 지역 사람들과 손짓 발짓으로 교류하는 단순 무식한 여정도 해 봄직하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긴장되고 굳어 있지만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 표정은 한결같이 밝아 보인다. 평소 내가 취급하는 업무 내용이 분쟁과 다툼 인지라 이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여행 가이드를 상상한 적도 있었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여름휴가 여행은 다소 업무의 연속이었기에 이번에는 나만의 힐링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매년 젊은 변호사들과 함께 해외 법률 문화 탐방으로 미국 법정의 재판 방청과 판사실 방문, 로펌 변호사들이나 사무실 직원 면담을 통한 그들의 마케팅을 배우고 연수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아무런 부담 없이 훌훌 자유롭게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었다.

이러한 기분과 각오로 작심하고 찾아간 땅.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오랜 전통과 관습을 유지한 채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곳. 높은 산과 깊은 계곡, 그 가파른 경사면 틈틈마다 온몸으로 일궈놓은 다랭이 논. 어린아이들과 함께 뛰놀고 딩구는 가축들. 물소 타고 산책하는 동네 꼬마들. 형형색색의 진귀한 나비들. 그렇게 인도차이나반도의 북쪽 산악지대는 시간이 멈춰져 있었다.

시가지 간판마다 와이파이 사용 가능 안내 표시가 있었지만 정작 그 지역민들은 스마트폰이 아닌 이동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옛 다이얼 돌리는 전화와 같은 기능의 휴대용 전화. 문자조차 사용하지 않는 듯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넘쳐나는 알쓸신잡 정보가 없고 스트레스 주는 인간관계도 없는 그 휴식처에서 초록의 대지와 스카이블루의 하늘을 바라보며 진정한 안식과 평화에 젖어든다.

낯선 환경과의 만남은 변화와 도전, 새 출발의 계기가 된다. 이제까지 보고 들어왔던 익숙한 가치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룰에 눈을 뜨게 된다. 다른 사람이 갔던 길이 아닌 낯선 길을 용기 있게 나설 수 있다.

늘 비교의식에 얽매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뭘 먹고 어떤 집에 살며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무의식중에서도 왠지 스스로 가련하게 느껴지고 안 그런척하려는 자아로부터 해방된 기분. 사람이 그립고 반가운 수줍은 시골 아이가 작은 꽃들을 꺾어 주먹만 한 꽃다발을 만들어 가지고 있다가 무심코 지나가던 나에게 이를 건네고는 후다닥 저 멀리 도망간다. 참 뭐라고 표현할까? 그냥 행복했다. 어떤 신비한 경험? 뒤집어 보면 나는 정말 이와 같은 감정이 시키는 그대로의 순진한 행동은 못할 것 같다.

교통수단 없이 오직 두 발로 이산 저산 밤낮 걸어 이동하는 사람들을 본다. 한결같이 등에 커다란 바구니를 짊어지고 있다. 이들의 몸무게를 지탱해주는 신발은 가죽도 아닌 싸구려 고무 슬리퍼. 작은 도랑에 안자 잠시 쉬며 흐르는 물에 발을 씻는 그들을 표정에 생존의 의지와 생활의 무게가 풍겨져 나온다.

쉼 또는 휴식이라고 표현할 만한 여행을 마치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질 바람을 기대하며 타인에게 향하던 시선과 관심을 나에게로 돌려본다. 이제 곧 계절이 바뀌고 마음은 더 분주해지겠지. 눈이 퍽퍽해지고 치아가 가끔 시려 오더라도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고 이웃에 온정을 베풀며 미소 짓는 표정을 연습하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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