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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양심]뢴트겐의 양심과 오늘

 

내일 먹을 끼니를 걱정하는 빈곤한 이에게 누군가가 찾아와서 “자신의 숨은 자산을 활용하면 갑부가 될 수 있다”고 알려줄 때 거절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같은 일은 100여 년 전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1845~1923)에게 실제 있었던 일이다.

그는 1895년 11월8일에 X-선을 발견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이 사건을 두고 마술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었고, 도덕과 윤리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논란도 일었다. 때문에 뢴트겐은 이 경이로운 발견으로 유명세를 누렸는데, 마침내 1901년에는 초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면서 퀴리의 라듐 발견과 더불어 19세기 과학의 양대 업적으로 손꼽히게 됐다.

X-선은 발견 당시 의학적으로 활발히 적용됐다. 특히 전쟁 때는 총탄 부상자와 골절환자들의 외과수술에 크게 기여하면서 뷔르쯔부르그대학은 물리학자인 그에게 명예의학박사학위까지 수여했다. 뢴트겐의 기여는 의학 분야에서 현대의 첨단영상진단의료기술에 초석 뿐만 아니라 뉴턴의 고전물리학에서 현대물리학에로 진입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뢴트겐에 자극받아 프랑스에서는 우라늄에서 최초의 방사선을 발견했고, 영국의 톰슨은 전자를 발견했다. 이와 같은 19세기 말 물리학의 행보에 힘입어 빛의 입자성 규명에까지 도달한 바,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등장하는 학술적 배경을 이루게 된다. 나아가 X-선 본질에 대한 탐구과정에서 ‘빛이 입자이며 파동이기도한 이중성’에 대한 인식은 오늘날 현대물리학에서는 상식이 됐다.

말년의 뢴트겐은 파산에 이를 정도로 어려운 경제생활을 했는데 설상가상 독일의 패전 이후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식료품 가격이 폭등해 끼니 걱정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부유한 친구가 찾아와서 ‘뢴트겐-선’으로 특허등록해 큰돈을 벌어들이자는 제안을 하는데, 이때 뢴트겐은 자신은 X-선의 발견자에 불과하며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해야 할 것이라며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인류애와 공유정신을 나타내는 그의 성향은 대학입학을 위한 독일의 교육과정인 김나지움(Gymnasium) 재학 중 선생님의 초상화를 모욕적으로 그린 친구를 끝까지 고발하지 않아서 퇴학까지 당하는 일로 이어진다. 그의 이같은 이력으로 볼 때, 그의 성격과 양심이 태생적으로도 예사롭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0.1%의 상류계층에 포함되기 위해 경쟁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실에서 뢴트겐의 양심의 근간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생명의 그물’ 저자로 물리학자인 프리초프 카프라는 그의 저작 서문에서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겪은 전일성의 체험을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우주적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돌연 깨달았다”. 또한 그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서로가 촘촘히 연결된 그물망과 같아서 상호 의존적이며 지속적인 생존과 유연한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상호 공감을 위한 ‘전체로서의 나’에 대한 자각을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다수가 0.1%의 상류사회를 꿈꾸는 동안 뢴트겐과 같은 0.1%의 ‘전체적 존재자각력’이 발달된 양심인들로 인해 우리 사회와 인류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며 발전해 왔던 것은 아닐까? 여러해 동안 X-레이 진단의료기기를 포함해 현대의료기기의 사용권한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갈등하며 싸우고 있다. 100년 뒤에 한국의사들간의 난투극을 그가 본다면 지하에서도 대성통곡할 일이다.

11월 8일 오늘은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날이다. 젊은 날 사명감으로 히포크라테스에게 철석같이 선서했던 마음처럼 오늘 하루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뢴트겐의 인류애를 향해 경의와 그의 양심에 공경심을 표하는 것은 어떨까?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임을 엄숙히 선서하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사회적 지위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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