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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어딜 가지? 무얼 하지?

 

또 한해가 저문다. 누구나 바쁜 때다. 그중에서도 대학입학을 코앞에 둔 수험생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세대들의 마음은 더 초조하다. 수능 성적도 다음주면 나온다. 가채점은 끝났겠지만 손에 쥘 성적표에 노심초사하고 있을 게다. 교사 및 부모와 상담하면서 ‘어딜 가지?’라는 고민에 빠져 있다. 성적이나 상위권이라면 모르지만 신가민가 하면서 서울과 지방을 선택해야 한다거나, 점수에 맞추어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에는 정말 고민일 수밖에 없다. 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들의 고민 또한 마찬가지다. ‘무얼 하지?’ 하면서도 마땅히 할 것이 없다. 경기가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이 뽑는 신입 사원의 숫자는 크게 늘지도 않는다. 높아질 최저임금 때문에 오히려 인원을 줄일 판이다. 뭐 하나 고민하지 않을 구석이 없다.

‘어딜 가지?’란 수험생들의 고민도 결국에는 나중에 ‘무얼 하지?’로 귀결된다.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활동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세월과 함께 달라지게 마련이다.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사회에서 상황이 변할 수 있고 또 실제로 변하기 때문이다. 물론 신분의 변화가 적고,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직업군은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최고의 직장으로 꼽는 곳이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다. 합격하면 단번에 사무관으로 임용되는 행정고시는 언감생심이라 치더라도 최말단 9급 공무원 시험에 수십 만 명의 수험생들이 몰리는 이유다. 공기업에도 수 백대 1의 경쟁률은 기본이다. 대학 졸업자들의 절반 이상이 도전한다. 민간기업에서 세계와 경쟁하고, 혼을 담은 창업 정신을 발휘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직을 선호하는 추세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가 이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70년대만 하더라도 공무원의 인기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저 공무원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입시에 실패했거나, 나름대로 뜻이 있는 친구들이 공직의 길을 택했다. 나 역시 대학 졸업 후 한 사립고등학교 선생이 됐다. 국립대 사범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은 시험 없이 공립학교에 바로 임용됐던 시절이다. 직업도 세 번이나 바꿨다. 지금도 주변에서는 말한다. 편하게 있었으면 교장도 하고, 연금도 300만원 이상 탈 걸 왜 이 고생스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그러나 그때는 선생이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3년도 채우지 못하고 내가 원하던 신문기자를 택했다.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나름 열심히 또 후회없이 살았다. 직업의 속성상 남에게 욕을 먹기 십상이지만 아직도 크게 욕 먹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작은 보람이다. 이른바 세상에서 출세도 못했고, 가진 것도 전혀 없지만 건강한 가족이 있고, 주변에 친구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자신이 참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서 잠재력을 발휘하고, 삶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일을 천직으로 삼으라고 조언하기는 나조차도 실로 어려운 일이다. 사회적 경험이 일천하고 또 생각도 깊지 않은 청년들에게 섣불리 조언했다가 잘못되면 그 부담과 고통을 짊어져야 하기에 그렇다. 더욱이 이 세상에 있다는 1만5천개가 넘는 직업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는 당장 답이 없는 고민일 수 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이가? 나는 이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끝 없는 질문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생의 한 과정을 겪다보면 가슴 쓰린 추억이 될 수 있고 때로는 아름다운 추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지나갈 것이고 지나가면 또 그리워지는 게 젊음의 특권이다. ‘어딜 가지? 무얼 하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달콤함보다는 가슴을 활짝 펴고 머나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졌으면 한다. ‘몇 등했니, 무슨 대학 갔니, 어느 회사 취직했니, 월급 얼마니?’라는 물음이 젊은이들에게는 당장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을 감히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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