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1일 제천에서 화재 참사가 벌어져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안전의식과 시민의식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제천 참사가 발생해 소방차 출동을 막는 불법 주·정차와 비상구 폐쇄행위 등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고조돼 있었던 때에도 비양심적인 불법 주차행위는 전국 곳곳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단적인 예가 지난 1일 강원 강릉시 경포 119안전센터 소방차고 앞이 불법 주차된 해맞이객들의 차량으로 가로막혀 있었던 일이다. 해맞이에 나선 사람들이 차량 10여 대를 소방서 차고 앞까지 무단 주차해 출동했던 구급차 등이 한동안 복귀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만약 인근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더라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소방대원들이 일일이 전화로 연락해 차를 옮긴 시간이 40여분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한 누리꾼은 “우리의 국민성을 보여주는 멋진 사례였다. 무슨 선진국 타령? 00이나 다름없는데”라고 한탄했다. 그리고 복합건축물의 안전불감증 역시 여전하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가 지난해 연말 이틀간 수원과 성남 등 6개시 15개 복합건축물을 무작위로 선정해 비상구 불시단속을 실시했는데 13개 건물이 소방법을 위반했다.
특히, 방화문 자동폐쇄장치 훼손, 고임목으로 방화문 개방, 비상구에 물건적치 등 화재 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법 사항이 87%나 됐다. 다시 말하자면 또 제천 화재와 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게 우리의 현주소다. 따라서 단속과 법이 강화돼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특히 소방차의 긴급출동을 방해하는 차량은 훼손을 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치워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
오는 6월부터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위한 소방차 통행을 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은 제거·이동되는 과정에서 훼손돼도 보상받지 못한다. 국민적 여론을 적극 수용한 개정 소방기본법이 오는 6월 27일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현행 소방기본법에도 소방 활동에 방해되는 주정차 차량과 물건을 제거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지만 손실 보상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돼 있어 소방관들이 개인 돈으로 보상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개정된 법은 소방청장이나 시·도지사가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강제했다. 당연히 불법 주정차로 소방차의 통행과 소방 활동을 방해한 차량은 보상에서 제외된다. 늦었지만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