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이동백
4차선 도로를
유유히 횡단하고 있다
손수레 파지 누런 중앙선을 넘는다
몸이 확 접힌 채
수레 손잡이에 매달려 가는 노인
애벌레 같다
등과 배를 비틀며
감옥 쇠창살 같은 손잡이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친다
주름투성이 저 몸뚱아리
허공으로 들릴 듯
높다랗게 쌓아 올린
우뚝한 파지의 탑
아슬아슬한 저 고치집
오래된 미래는 나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아니다,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파지나 고철, 빈병을 줍는 어르신들을 흔히 만난다. 낡은 손수레위에 당신의 키 높이보다 훨씬 높게 파지를 싣고 가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그 모양이 안쓰러워 밀어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짧은 시간의 일정부분이고 한계이다. 애벌레처럼 시간에서 해방되어 느리게 손수레를 끌고 가는 어르신, 지난날의 가난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창살 같은 손잡이에 매달려 어디론가 이끌려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슬프고 처연해진다. 그것은 복제된 삶 앞에서 어쩌면 나의 미래를 미리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