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라면사랑’은 세계 최고다. 재벌들이 라면을 먹는지 모르겠지만 남녀노소, 지역과 빈부에 관련 없이 라면은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나트륨 함량이 높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음에도 라면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라면의 종류도 다양해서 학생과 근로자의 야식으로, 애주가들의 해장용으로, 주식과 간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간편식인 라면의 선호도는 더 높아졌다.
지난 2016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6.1개였다. 이는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의 자료에 의한 것이다. 그러니까 유아로부터 10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이 평균 4.8일에 라면 한 개씩 먹은 셈이다. 베트남(52.6개)과 인도네시아(50.5개)사람들도 라면을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라면사랑은 못 따라온다. 우리나라 라면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3억4천643만 달러(3천678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억6천260만 달러)보다 31.9%나 증가했다. 이처럼 대부분 사람들이 좋아하는 라면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허기와 추위를 이길 수 있는 필수 식량이다. 그래서 연말연시나 설, 추석 명절 때엔 쌀과 함께 라면을 기증하는 독지가들이 많다.
그런데 독특한 방식으로 라면을 수집해 기증하는 사람들이 있다. ‘라면 트리’라는 것으로 라면을 크리스마트리처럼 쌓으면서 이웃들의 동참을 이끄는 것이다. 지난 9일 수원시 장안구 정자3동 주민센터에서 사랑나눔 라면트리 점등식이 열려 지역의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지역 주민자치위원인 남중진씨가 운영하는 태풍태권도장 학생들이 모은 1천여개의 라면에 더해 주민자치위원회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민 등이 기증한 라면으로 주민센터 앞 데크에 트리를 만들었다. 주민센터는 오는 31일까지 라면을 기부받아 명절 설 연휴 전에 어려운 이웃, 경로당, 복지시설 등에 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곳 말고도 지난 8일 의정부시 의정부 3동 충효 태권도장에서도 ‘행복을 나누는 사랑의 라면트리 만들기’ 이벤트가 열렸으며, 남양주시 호평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도 라면트리로 전시됐던 라면을 최근 저소득 가구에게 전달했다. 안산시 성포동 용인대예술태권도장과 부천시 소사본동 한양대왕호태권도장 등도 사랑의 라면트리를 만들었다. 배고픈 이웃의 따듯한 끼니가 되는 아름다운 라면 트리가 확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