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소방관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높다. 한 여론조사에서 ‘신뢰하는 공무원 1위’로 꼽혔을 정도다. 많은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이기도 하다.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고 밤샘근무 후 쉬는 날도 비상동원, 각종 교육과 예방점검, 산불이나 화재발생이 잦은 봄이나 겨울철에는 무기한 특별경계근무까지 서야 한다. 각종 재난현장에 늘 출동하여 참혹하게 훼손된 시신을 수습하기도 하고, 때로는 동료가 바로 옆에서 순직하는 충격적인 일도 경험한다. 이 때문에 소방관 2명 중 1명은 이같은 격무와 스트레스로 이직을 생각하기도 하며, 10명 중 8명은 ‘자녀가 소방관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많은 인명피해를 냈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경찰 수사가 소방관들을 겨냥하고 있다. 경찰은 제천소방서 소속 소방관 6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지난 15일 충북소방본부와 제천소방서 등을 전격 압수 수색했다. 화재 현장에 전달된 정보를 무시했다거나 20명이 숨진 2층의 구조 요청을 알고도 대응을 소홀히 하는 등 현장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소방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때문이다. 소방대원들은 아니더라도 소방 현장 지휘를 잘못한 지휘관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나 직무 유기 등의 혐의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출동 후 40분 간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거나 적절한 인명 구조를 진두지휘해야 할 소방 지휘관들의 판단 착오와 부적절한 지휘책임은 가려야 한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달래주고, 참사의 원인과 대응에 대해 속 시원하게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본부도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번 화재 참사와 관련,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신속하고 명확하게 참사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전국 5만 여 명 소방관들의 사기(士氣)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화재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이다. 화재 현장에 출동하면 늘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일해 왔고, 또 화재를 진압하다 숨지는 순직 동료들을 보아왔던 이들이다. 지난 10년 동안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51명이나 된다. 또 부상을 당한 소방관도 3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소방기본법 상 앞으로 2만 명은 증원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근무조건이다. 이번 수사에서도 이들의 사기(士氣)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