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영어특별활동을 금지키로 한 방침을 보류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교육부가 16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27일 금지 방침을 밝힌 이후 3주 만에 거센 반대여론에 밀려 백기를 들었다. 조령모개(朝令暮改)의 표본이다. 당초 교육부는 이른바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는 올 3월에 맞춰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특활도 금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비싼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다” “유치원에서 놀이 방식으로 이뤄지는 영어 특활도 안되냐”는 등의 지적이 많았다.
반대여론이 들끓자 이를 의식한 여당 소속 국회 교문위원들의 동조가 정책의 급선회를 가져왔다. 지난 9일 상견례를 겸한 김상곤 교육부총리와 여당 교문위 소속 의원들의 만찬에서 여당 의원들은 “막는다고 학부모들이 영어교육 안 하겠나. 풍선효과가 불 보듯 뻔하다”, “대안을 마련해놓고 정책을 시행해야지 무턱대고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현장 얘기를 더 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교육부가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한 건 이같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던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서도 절대평가 항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가 사교육이 들끓게 될 것이란 여론의 반발로 이를 1년 유예했다. 포항지진 여파로 수능을 연기했을 때도 그렇다. 수능연기는 없다고 한 지 몇 시간도 안 된 밤 8시 이후 연기를 발표해 혼란을 키우기도 했다. 교육부는 “영어교육 전반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 시 사교육 부담 증가, 영어교육 격차 발생 우려와 함께 사교육 문제 우선 해결 요구 등이 많았다”고 정책 선회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인 검토가 없는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정책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 특히 교육부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선을 초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당조차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교육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교문위 소속인 한 여당 의원은 “이런 일이 더 있으면 장관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걸 보면 심각성을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