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구
가슴이 가난하다
흐릿한 잔상의 부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 하기엔
너무 벅차다
골 깊이 패여
눈물 가득 찬 앵글로만 보이던
낡은 사랑
아픔의 너비만큼 아파야하는
거슬리는 순리는
저 홀로 가는 시간처럼
처연하다
가슴 여리게 숨을 쉰다
가난한 사랑이 헐떡인다
겨우 다스린 사랑인데도
늘 이렇다
시인은 늘상 카메라에 렌즈와 프레임에 갇힌 그의 과녁이 순서와 질서로 생의 무게를 가늠한다. 시인의 사랑은 가난함에 있다. 가난을 뒤집고 찾아가면 슬픔과 외로움의 교착 점에서 가슴깊은 사랑을 찾는다. 창밖 너머 낯설은 풍경들로 이야기를 먼저 건네고 문을 연다. 앙상한 가지에서 인생을 찾고 연민을 찾는다. 고통 없는 사랑, 그리고 인생이란 종착역을 준비하는 여행이 어디 쉬운가? 시간은 가고 또 오는 것이지만 평탄할 수 없다는 만고의 철학들이 아니겠는가? 버려야 할 그 무엇이 가슴에 있기에 사랑의 길도 가난하고 인생의 길도 힘겹게 걸어갈 수밖에 없다. 사랑의 부활을 꿈꾸면서 무엇을 먼저 내려놓고 갈까. 아무래도 가슴속 사랑을 내려놓을 일이다. 시인의 카메라가 오늘 더 그립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