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침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해 현재 38명이 목숨을 잃는 등 1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로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도 사망했다. 먼저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빈다. 참담하다. 분노마저 인다. 어째서 화재참사가 또 발생했을까. 지난달 21일 제천의 목욕탕 건물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치는 등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지 36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당시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2층 목욕탕 비상구를 철제 선반으로 막는 등 건물 안전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밀양 참사도 비슷하다. 제천 화재 참사 이후 전국 지자체와 소방서 등이 일제히 안전시스템을 점검했고, 국민들 사이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현실은 여전했다. 그리고 또 끔찍한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소방대원들은 화재 신고를 받고 3분 만에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려했지만 병원 중앙계단을 통해 화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바람에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고 한다. 소방 구조요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을 긴급 대피시켰지만 호흡기를 차고 있던 환자 중 일부가 대피 과정이나 대피 이후 치료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 중환자이거나 노인환자여서 구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문제는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병원임에도 유독가스가 퍼지는 것을 막는 제연 설비와 방화구역, 스프링클러 등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세종병원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는데 의무설치 면적이 안 돼 소방 안전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이게 문제다. 건강한 사람들도 불이나면 대피에 어려움을 겪는데 환자들은 자력 피난이 어렵다. 따라서 병원이나 요양원 등의 경우는 소방 안전설비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초기에 불을 진압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와 함께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것은 제연설비다. 화재로 인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연기에 질식해 죽는다. 때문에 병원 입원실에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제연 설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하층이나 창이 없는 층에 한해서 바닥 면적이 1천㎡ 이상일 때만 설치하도록 돼 있다. 세종병원은 의무화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병원 등엔 소방안전설비를 반드시 의무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