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월 4일로 예정됐던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행사를 취소한다고 29일 밤 우리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지난 19일 오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 점검단을 20일에 파견한다고 했다가 당일 밤늦게 아무런 설명 없이 이를 ‘중지’한다고 일방 통보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처럼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남북 간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어기겠다는 것은 그들의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본보는 지난 22일자 사설에서도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와 평창 올림픽 참가의도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도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모처럼 남북관계 개선에 첫발을 뗀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번에 금강산 합동공연을 취소하면서 남측 언론으로 화살을 돌렸다. 북한은 우리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남북이 합의했던 다른 행사들까지도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북측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여러 행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삼지연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북한 예술단이 내달 6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해 8일 강릉아트센터,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올림픽 개막 이틀 전인 내달 7일에는 응원단 230여 명과 태권도시범단 30여 명 등이 경의선 육로로 내려온다. 태권도시범단은 서울과 평창에서 시범공연을 할 예정으로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경유 반입 등을 놓고 미국 등의 협조를 구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데다 ‘제재 논란’에 대한 선제적인 초치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나아가 금강산 공연이 열릴 예정인 ‘금강산 문화회관’이 북측이 몰수한 자산인데, 우리측이 점검하고 재가동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아무튼 고위급 대표단도 방남도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평창 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위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