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주
봄은 천천히 오곤 했지
그러나 가장 쓸쓸한 자리에서
따뜻한 나물국을 끓이며
나를 기다리던 눈 오던 밤을 잊을 순 없지
가장 깊이 숨어 빛을 뿜었던 그 상처
봄날이 다 가도록
나를 잊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오래된 위로일까
아내는 먼저 술병을 들었고
봄날의 생의 한쪽을 받아들 듯
봄비 저쪽의 기억의 한때를
무심히 비워내고 있다
-윤병주 시집 ‘바람의 상처를 당기다’ 중에서
아내라는 이름은 어머니 다음으로 남자들에게는 소중한 이름이다. 지난날 모든 아내들은 아내가 되는 순간부터 남자들의 신이 되곤 했다. 거기에는 아내들의 무한한 인내와 배려와 용기가 숨어 있었다. 여자로서는 약한 구석도 없지 않으나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되면 여자들은 거의 신의 경지로 육박한다. 남자들에게는 없는 경지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아내라는 특별한 존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