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우는 밤
/김순덕
어둠 속 주머니에
열정 모두 감추고
숯덩이처럼 우뚝 서서
졸고 있는 앞산아
문득 떠오르는 엣 생각
잠 못 드는 이 밤
백지처럼 하얗게 잊으려는
나의 마음
너는 외면하고 있구나
찬서리 섞인 가을바람
나뭇잎 신음소리 커 가는데
정작에 시달리는
나의 노래
귀뚜라미 우는
작은 도시에서 밤을 지샌다.
시인의 가벼운 시적진술 같지만 정직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진술이다. 에밀리 디킨슨은 머리가 완전히 폭발해버린 듯한 느낌을 받을 때 시를 쓴다고 했다. 또 로버트 프로스트는 목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치밀면, 그것은 시를 쓰라는 신호라고 했다. 그렇다 시인은 자신의 심장으로 울어서 대변해 주는 사람이 시인이다. 시인의 적막한 어둠에서 어떤 화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생의이면에서 오는 냉혹한 밤을 시적장치로 끌어안고 바람과 귀뚜라미 소리를 대비시켜 고독한 시간을 견디며 마음의 색깔을 칠하고 있다. 외로운 시간들은 엄중하고 처연하다. 시간은 두 개의 디딤돌을 들고 갈 뿐이다. 오늘과 미래의 시간으로 가는 무서운 시간일 뿐이다. 시인이여! 깊은 잠에서 깨어나 보자 거기에 사랑도 있고, 눈물도 있고 이별도 있을 것이다. 어둠 속 주머니를 더 열어두고 밤의 기차를 타고 더 피안의 시계로 돌아가자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