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정유광
세월도 하얗게 핀 돌덩이 같은 얼굴
주름진 이랑마다 고인 땀이 송골송골
울어도 못 삭히는 설움 꽃으로 피어나네
땡볕 여름 지새운 그리운 내 어머니
발밑에 소금 꽃이 피고 지는 지난 밤
뼈마디 헐거워져서 간물마저 배겼네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어떤 만남일까? 아무래도 어머님이 아니겠는가? 화려하지도 투박하지도 않은 이 시에서 눈물샘이 짙게 그려진다. 프롬은 소외감과 고립감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상대방에 대해 알고 싶어 하며,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 드는 마음의 상태가 곧 사랑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근원적으로 고독한 존재라는 데서 늘 만족되지도 채워지지도 않은 충돌이 일어난다. 세월이 가면 주검이라는 심사를 당면하지 않더라도 주름 깊은 강은 더 넓고 커서 하루를 넘어가는 속도역시 빠르다. 시인은 가버린 나날들에 대한 회한으로 이 시조를 빌어 어머니를 부르고 있다. 덧없는 눈물을 흘리는 시에는 후회로만 가득 찬 삶의 인연들로 가겠지만 이 세상에 살아가는 길에서 어머님이 바라시는 일들을 작은 수첩을 펼쳐놓고 어머님과 대화를 기록해 가면 어떨까?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