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
/채찬석
오솔길 가에
우뚝 선 정자나무와 금계정(金鷄亭)
거실 창으로 보이는
내기마을 풍경
정자나무에 와서 본
거실의 창은
바둑판 한 칸보다 작은 눈동자
앵두 크기 해 하나가
온 누리 비추듯
눈동자는 작아도 세상을 담고
머리는 주먹만 해도
하늘만큼 담은 그리움
고즈넉한 저녁이라도 좋고 비 오는 날 창문을 넘어 詩眼을 되돌려도 좋겠다. 작심삼일하고 떠난 어느 정자에 앉아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없다. 세월가는 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시간의 속도와 삶의 속도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관능적이고 탐미적이거나 유물적인 것들을 추구하는 세계에서 보는 시선도 시인에게는 남다르다. 시인의 보폭은 그래서 매우 빠르고, 빠르면서도 유유자적한 시간의 얼굴들이 잘 담겨있다. 삶이 수학계산으로 진행될 수 도 없고 조건과 이익으로 이율배반의 삶을 지나치게 형상화 시키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지성과 지성적인 것을 더 존중하고 더 여유로운 나눔으로 올 곧은 그리움이 크고 더 넓게 풍경들로 채워지는 축복의 날들이 우리들 곁에도 있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수필집 ‘나는 사람을 발견 한다’ 출간을 축하한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