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이윤훈
둥근 튤립 꽃밭 한가운데
허리를 껴안고 눈을 맞춘
두 남녀
해시게 속
그들의 그림자가 영원을 가리킨다
이 순간 사랑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또한 이 순간 모든 것이 존재한다
튤립 잔이 부딪치고
빛이 넘친다.
- 시집 ‘생의 볼륨을 높여요’ 중에서 / 시인동네 시인선
허무감과 좌절 욕망과 극한 상황에서 더 의지할 거처를 잃을 때 우리는 몸도 마음도 가난해진다. 인간에게는 돈, 권력, 명예 중에서 기장 명예욕을 내려놓기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시에서 화자 되는 것은 에로스적인 육체의 본능에 기인한 성애의 묘사가 숨겨져 있다. 기교보다는 철학적인 사유와 감각적인 시세계에서 서정이 묻은 이 작품은 그래서 낯설다. 시집 〈생의 볼륨을 높여요〉에서 자조, 자괴, 자탄 같은 메아리가 들린다. 바람도 없이 떨어지고 있는 꽃잎들을 보자. 전율이 스파크로 울려 풍경 속 두 여인들의 시선을 잡듯 꽃의 떨어짐과 사랑하는 이의 육체적인 바람들이 동일한 심상에서 포개어지는 시름을 응시한 어떤 하루가 가엾은 사랑이 아닌 지속적인 내일의 사랑으로 영영 가버리지 않는 사랑이 지속되었으면 참 좋겠다. 시인의 나혜석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박병두 문학평론가